눈앞을 가리는 폭우에도 야구가 진행됐다.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만큼 세찬 비가 내렸지만 심판들은 경기를 멈추지 않았다. 참다 못한 감독이 결국 폭발했다.
지난달 31일 대전 KT-한화전. 4회말 2사 1,3루 한화 최재훈 타석부터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기 전부터 비예보로 우중충한 날씨였고, 흩날리던 빗줄기가 4회말이 갈수록 점점 굵어졌다. 한눈에 봐도 장대비였다.
공교롭게도 비가 내린 뒤 사고가 발생했다. 정은원의 2루 도루로 이어진 2사 2,3루에서 최재훈이 KT 투수 소형준에게 우전 안타를 쳤다. 타구 속도가 빨랐고, KT 우익수 제라드 호잉은 공을 잡자마자 1루로 송구하며 '우익수 앞 땅볼'을 노렸다.
![[사진] 최재훈이 31일 대전 KT전에서 4회 폭우를 뚫고 안타를 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9/01/202109010101770646_612e541641feb.jpeg)
호잉이 던진 공을 잡기 위해 KT 1루수 강백호가 미트를 낀 왼손을 뻗었다. 몸이 옆으로 기울면서 오른손을 땅에 짚었는데 하필 1루로 전력 질주하던 최재훈의 오른발에 밟히고 말았다. 날카로운 스파이크 징에 찍힌 강백호의 오른손 4번째 손가락에 피가 흘렀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장대비가 계속 내렸고, 경기는 멈추지 않고 속행됐다. 그러자 이강철(55) KT 감독이 3루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전일수 주심의 몸을 밀치며 강하게 어필했다. 전일수 주심이 곧장 이 감독을 퇴장시켰다. 심판 신체 접촉에 의한 퇴장이었다.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워낙 많은 비가 내렸다. 가뜩이나 강백호가 부상을 당한 뒤였다. 그라운드 상태를 생각하면 또 다른 부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특별 서스펜디드 규정에 따라 노게임이 되는 경기도 아니었다. 일정이 뒤로 밀려 가급적 빨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심판들의 애로사항도 있지만 잠시 멈춰 비를 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운명의 묘가 아쉬운 대목.

하필이면 KT가 수비를 할 때 비가 쏟아지면서 경기는 한화 쪽으로 넘어갔다. 강백호가 빠지고, 이강철 감독이 퇴장당한 뒤 한화는 하주석이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5회초부터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면서 경기는 9회까지 정상 진행됐다. 한화의 5-2 승리.
한편 이강철 감독은 개인 통산 4번째 퇴장을 기록했다. 선수 시절에는 16년간 한 번도 없었던 퇴장이 감독으로 3년간 4번이나 나왔다. KBO리그 규정 벌칙 내규에 따라 감독, 코치, 선수가 심판 판정에 불복하거나 폭행, 폭언, 빈볼 등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이날 이 감독은 심판에게 신체 접촉을 했기 때문에 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감독은 지난 2019년 7월7일에도 대전 한화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불복하며 심판에 배치기를 하다 퇴장당한 바 있다. 당시 KBO 상벌위원회는 이 감독에게 제재금 100만원 징계를 내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