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성숙해지겠습니다".
KT 위즈 신인 외야수 김건형(25)이 지난 8월 31일 군복무를 위해 충북 증평의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현역병으로 18개월 동안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오는 2023년 2월 말 제대한다. 무려 36개월이었던 예전에 비하면 복무기간이 훨씬 줄었지만 결코 짧지 않는 기간이다.
군대라는 곳은 미지의 세계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혈기방장한 청년들이 집단 생활을 하고, 상명하복의 문화이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훈련하고, 더 힘들다는 내무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그는 두렵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신병교육대 정문을 통과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일본에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착찹했을 듯 하다. 아버지 김기태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 수석코치는 시즌을 진행하느라 한국으로 올 수 없는 상황이다. 입대하는 큰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끼도 먹여주지 못했고, 배웅도 못했다. 그저 멀리서 무탈하게 군복무를 잘 마치기를 소원했을 것이다.
김건형은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때서야 야구를 시작했다. 대개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시작하지만 한참 늦었다. 대신 노력과 열정으로 그 늦은 시간을 채웠고 고교와 대학까지 줄곧 주전으로 뛰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가 아닌 한국에서 프로선수가 되겠다는 의지도 함께 키웠다.
아버지는 "야구를 조금 하다고 그만 둘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고, 작년에 한국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했다. KT 위즈의 낙점을 받았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성실하고 근성있는 플레이로 눈길를 모았고 , 시즌 개막후 1군 데뷔까지 했다.
만일 김건형은 미국에 그대로 야구를 했더라면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됐다. 나중에는 시민권 신청 자격도 얻었을 것이다. 아버지에 따르면 신인 드래프트에서 떨어지더라도 한국에서 군복무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청년으로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고, 도전 정신도 강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주 반듯하게 자란 청년이었다.
김건형은 2023년 3월부터 다시 야구에 도전한다. 만으로 27살이다. 커리어 없이 다시 야구를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 사이 또 다른 신인들이 들어올 것이고, 자신의 자리도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김건형의 도전이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그는 "더욱 성숙해지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에게는 18개월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