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시즌 10패. 그 사이 1승도 거두지 못한 투수가 있다. 한화 우완 장시환(34)이 역대급 불명예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장시환은 1일 대전 KT전에 선발등판했으나 4⅓이닝 6피안타 3볼넷 1사구 5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16번째 등판에서 10패쨰를 안았다. 올해 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패배를 당하며 최다패 불명예를 안고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6.02.
이로써 장시환은 지난해 9월27일 대전 NC전부터 개인 12연패 늪에 빠졌다. 2009~2011년 LG·넥센 심수창(18연패), 1987~1991년 롯데 김종석(16연패), 1985년 청보 장명부(15연패), 2017년 KT 돈 로치(14연패) 등의 역대급 개인 연패 기록이 가까워졌다. 마지막 승리는 지난해 9월22일 대전 두산전으로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단일 시즌 기준으로 10패 이상 당하며 1승도 거두지 못한 무승 투수는 KBO리그 역사에 두 번밖에 없었다. 지난 1999년 쌍방울 투수 가내영이 그해 57경기에서 세이브 4개를 올렸지만 승리 없이 10패를 당했다. 평균자책점 5.66. 해체 직전 마지막 해였던 1999년 쌍방울은 KBO리그 역대 두 번째 낮은 승률(.224)로 최악의 전력난을 보였다.
이어 2010년 한화 외국인 투수 호세 카페얀이 15경기에서 11패를 안으면서 단 1승도 신고하지 못한 채 떠났다. 평균자책점 9.15. 그해 8위로 꼴찌였던 한화가 카페얀을 시즌 도중 방출하지 않았더라면 연패 기록이 더 길어졌을 수 있다. 그로부터 11년 만에 장시환이 0승10패를 기록 중이다. 현재 진행형 기록으로 한화가 46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장시환이 승리할 기회는 충분히 있지만 반대로 패를 추가할 리스크도 있다.
지난해 시즌 막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한 장시환은 4월10일 대전 두산전에 첫 등판했다. 그러나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4월 4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된 장시환은 첫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94로 부진했다. 한 번도 5이닝 이상 넘기지 못했다.

결국 5월11일 엔트리 말소 후 2군에서 18일간 조정기를 거쳤다. 5월29일 1군 복귀 후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았다. 이 기간 10경기 중 6경기를 5이닝 이상 던졌고,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한 번도 승리 없이 6패를 더 쌓아 시즌 0승10패, 개인 12연패에 빠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투수의 승리와 패배는 투수 혼자 결정하는 부분이 아니다. 여러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최근 장시환은 잘 던진 경기에서도 수비가 도와주지 않거나 득점 지원이 부족해 승리를 놓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장시환은 올해 50이닝 이상 선발로 던진 투수 42명 중 9이닝당 득점 지원이 2.6점으로 가장 적다. 승리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는데 불펜이 날린 경기도 두 번 있었다. 지난 6월18일 대전 SSG전, 8월26일 고척 키움전에서 '필승조' 김범수와 강재민이 각각 블론세이브를 범해 장시환 승리를 날렸다.

2년 연속 최하위 한화에서 꾸준히 선발 기회를 얻고 있는 장시환이지만 팀 전력 탓에 승운이 지독하게 따르지 않는다. 장시환의 투구 자체도 기복이 심한 편. 수베로 감독은 "장시환이 좋은 투구를 이어가면 언젠가 연패를 끊을 수 있다. 최근에는 원하는 곳으로 커맨드가 되고 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며 "야수들도 최대한 힘을 모아 지원하면 연패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