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94.50 투수의 대반전, 볼넷왕→KBO리그 에이스 ‘우뚝’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9.02 15: 11

두산 베어스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5-0으로 승리했다.승리가 확정된 순간 두산 선발 미란다가 기뻐하고 있다. 2021.09.01/ksl0919@osen.co.kr
시범경기서 평균자책점 94.50으로 근심을 안겼던 투수가 맞나 싶다. 두산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의 안정감 속 리그 최고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미란다는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시즌 11번째 승리를 장식했다.
1회 13구 삼자범퇴를 시작으로 9회 2사까지 단 1명의 타자에게도 안타를 맞지 않았다. 출루는 4회 1사 후 김선빈의 볼넷, 5회 2사 후 이창진의 볼넷이 전부. 최고 구속 150km의 직구 아래 포크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이며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은 결과였다.
5-0으로 앞선 9회 2사까지 잡은 가운데 타석에 김선빈이 등장했다. 1아웃만 잡으면 KBO리그 역대 15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황. 이후 주저 없이 0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며 대기록이 달성되는 듯 했다. 그러나 3구째 던진 포크볼이 3루수와 3루 베이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절묘한 2루타로 연결되며 통한의 첫 피안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미란다는 후속 최형우를 초구에 범타로 잡고 역대 44번째 1피안타 완봉승으로 노히터노런 무산의 아쉬움을 달랬다.
경기 후 만난 선수는 덤덤한 모습이었다. 미란다는 “아쉬운 건 없다. 좋은 투구를 했고, 팀이 승리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최대한 내가 원하는 곳을 보고 던졌는데 상대 타자가 잘 대처했다”고 전했다.
1회초 두산 선발 미란다가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1.09.01/ksl0919@osen.co.kr
사실 미란다는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이런 투수가 아니었다. 3월 22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서 ⅔이닝 7실점 평균자책점 94.50의 충격 데뷔전을 치른 뒤 정규시즌에 돌입해서도 들쭉날쭉한 투구로 신뢰를 주지 못했다. 잦은 제구 난조 탓에 5월 한때 리그 볼넷 전체 1위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그런 미란다가 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말. 5월 26일 한화전 6이닝 9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기점으로 완전히 감을 잡은 그는 6월 1일 NC전부터 7월 7일 NC전까지 무려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그리고 휴식기 자가격리에도 후반기 상승세를 그대로 이으며 현재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펼치고 있다.
미란다에게 반등 비결을 묻자 “적응의 문제였다”고 되돌아보며 “한국 야구 수준이 매우 높고 타자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대비해 나만의 작전을 짜고 전략을 수정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란다는 현재 KBO리그 최고의 투수다. 탈삼진 압도적 1위(155개)를 비롯해 다승(11승), 평균자책점(2.38), 이닝(124⅔이닝), 퀄리티스타트(14회), 피안타율(.209) 2위, WHIP 3위(1.11)에 모두 미란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반대로 볼넷은 리그 1위에서 12위(43개)로 크게 밀려났다. 극심한 제구 불안으로 환영받지 못했던 투수가 다관왕을 노리는 에이스로 환골탈태한 것.
미란다는 “이러한 각종 지표 경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내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현재 몸 상태가 아주 좋고, 정신적으로도 잘 무장돼 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꾸준한 활약을 약속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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