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타니!” 나원탁 1군 투타겸업, 롯데의 파격 실험 시작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9.02 07: 03

“원타니!”
롯데 자이언츠에 투타겸업 선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롯데는 지난 1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시행된 확대엔트리에서 2군에서 투타겸업을 이어가고 있는 나원탁(27)을 1군 콜업했다.
강민호(삼성)의 FA 보상선수로 2018년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강민호가 빠진 안방을 곧장 채우기 위한 보상선수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원탁은 포수 자원으로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2019년 상무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결국 현역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고 지난해 돌아왔다. 롯데로 복귀한 뒤에도 나원탁의 포지션은 애매했다. 포수를 보기에는 수비 경쟁력이 떨어졌다. 비슷한 역량의 포수 자원들이 있었지만 나원탁은 그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었다. 결국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야수로 전향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전향은 성공적이었다. 올해 퓨처스리그 65경기 타율 2할7푼9리(108타수 58안타) 7홈런 45타점 OPS .765의 기록을 남겼다. 퓨처스 남부리그 타점 2위. 그러던 중 구단은 나원탁에게 투타겸업 제안을 했다. 타자를 포기하는 게 아닌 투수를 함께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나원탁은 당시 “구단에서 왜 투수를 제안하는 걸까. 또 버림을 받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했다. 구단에서는 야수로도 계속 기회를 줄 것이고 경기를 뛰면서 후반에 지고 있을 때 한 번씩 투수로 공을 던지면 활용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을 했다”라면서 “야수로 뛰면서 나도 생각을 했다. 현재 수비력으로는 1군 문턱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투수를 하면 한 경기라도 더 많은 1군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면서 투타겸업을 시도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올림픽 휴식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투타겸업을 시도했다. 8월 11일 상무와의 경기에서 홈런 포함한 멀티 히트 활약을 펼친 뒤 9회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투수로 5경기 등판해 1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08(4⅓이닝 1자책점) 5피안타 1탈삼진의 기록. 투수로 메커니즘이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은 아니지만 1,2군 자체 청백전 당시 투수로 등판해 최고 145km, 평균 143km의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슬라이더, 스플리터의 변화구를 구사하지만 아직 변화구 구사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스스로 초등학교 이후 투수로 공을 제대로 던지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기에 완성도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천한 경험에도 불구화고 투수로 자리 잡고 성장한 시간이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결국 확장엔트리 시작과 함께 나원탁은 1군 기회를 받게 됐다. 2018년 이후 약 3년여 만에 1군 등록이다. 래리 서튼 감독은 나원탁의 1군 활용 방법에 대해 2군과 마찬가지로 투타겸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서튼 감독은 나원탁을 메이저리그에서 진정한 투타겸업을 완성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빗대어 “원타니!”라고 불렀다. 이어 “둘 다(투수, 타자) 모두 하게 되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투수로도 나갈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지명타자, 대타로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분명 2군에서 투타 모두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서 투타겸업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원타니’라고 부를 정도로 서튼 감독도 내심 1군에서의 투타겸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할 터. 롯데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오타니처럼 투타 영역 모두를 지배하는 선수는 아니더라도 엔트리 운영에 유연함을 가져다 주는 윤활유 같은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나원탁 스스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나원탁이 기대했던대로 투타겸업 시도 이후 1군 출장 기회를 잡았다.
과연 롯데의 ‘원타니’ 실험은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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