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 뭐든 할 수 있다는 여유…"걸그룹 꼬리표 나쁘지 않아"('쇼미더고스트')[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9.02 17: 51

 “출연 배우들과 걸어온 길이 다른데 공유하는 감정이 있었다. 이 영화를 하면서 생각의 폭이 많이 넓어진 거 같다.”
카라 출신 배우 한승연(34)이 영화 ‘쇼미더고스트’를 내놓으며 밝힌 말이다. 걸그룹 카라로 지난 2007년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그녀에게서 이전과 다른 여유와 즐거움이 느껴진다.
자신의 기분을 숨기고 살았던 가수 생활에 길들여져서 막상 연기를 할 때 캐릭터의 감정 표출이 쉽지 않았다는 그녀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서툼을 극복하고 전보다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승연은 “갑자기 감정을 바꾸긴 어렵지만 웬만해서 빨리 빠져나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승연은 온전히 ‘쇼미더고스트’ 속 예지가 되기도, 또 완전히 타자화시켜 대상을 바라보기도 하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영화 포스터
한승연은 2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장편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개봉을 하게돼 너무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촬영 후 개봉하기까지 1년 이상 기다린 것도 처음인데 그 사이 배우들과 감독님, 제작진과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쇼미더고스트’(감독 김은경, 제공제작배급 인디스토리)는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된 20년 절친 예지와 호두(김현목 분)가 귀신보다 무거운 서울 물가에 맞서 퇴치에 나선 ‘내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 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2021)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배우상(김현목) 및 배급지원상(단체) 등 2관왕에 오르며 유쾌한 독립영화로 떠올랐다.
캐릭터 예지의 건강함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녀는 “예지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제가 이 친구로 지내는 동안 행복하고 힐링 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들더라. 특히 남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직진하는 따뜻한 마음에 끌렸다. 연기하면서 그동안 뭉쳐 있던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 스틸사진
오지랖 넓게 끝없이 끼어드는 예지와 한없이 가라앉은 한승연 사이에서 그녀만의 연기 세계가 다시 한번 확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한승연은 그러면서 “저희 영화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맛있는 스낵 같은 영화다. 많은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덧붙였다. 이달 9일 극장 개봉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
예지를 연기한 한승연은 “(예지가)스펙을 열심히 쌓았는데 원하는 대로 취업이 되지 않아 좌절감에 빠진다. 제가 회사생활을 해본 적이 없지만,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진행되며 점차 예지도 의욕과 자신감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저도 같이 힐링을 받았다”고 했다. “저와의 싱크로율은 95% 이상이다.(웃음) 성격부터 말투, 감성, 감정까지 비슷한 점이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영화 스틸사진
그러나 “제가 사적으로 만나면 말이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어려워 하시더라. 이번에 같이 출연한 남자 배우 2명은 동갑이다. 제가 그 사이에서 ‘누님’ 취급을 받으며 친해졌다. 저는 그 친구들과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본다.(웃음) 저희들끼리 밥도 먹으러 가고, 내 촬영이 아닐 때도 현장에서 구경하면서 즐겁게 보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신예 김현목이 호두 역을, 홍승범이 기두 역을 각각 맡았다. 
“뉴스에 나쁜 일이 더 많이 나오는 세상이고 SNS로 많은 사람들이 연결돼 있지만 개인적인 삶을 사는 거 같다. 근데 예지가 나서서 주변의 어려움을 돕는 모습을 보고 (쌓였던 감정과 미안함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우정이 부럽기도 했다.(웃음)” 
한승연은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2013) ‘여자만화 구두’(2014)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하며 가수 활동과 병행했다. 그러다 2016년 DSP미디어와 전속계약이 만료되자, 연기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한승연은 “제가 어릴 때부터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린 (가수로서의) 모습 때문에 밝은 모습을 기대하시는 게 있다. 무대에서 애교를 너무 많이 부렸나보다.(웃음) 일상에서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해본 적이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상냥하지도 않다. 좀 틱틱거리는데 그래서 항상 반성한다. 애정 표현을 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 부끄럽다. 밝은 모습을 기대하시다가, 막상 만나면 무뚝뚝하니까 ‘혹시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아니냐?’고 묻기도 하신다. 저는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다시 걸그룹 활동을 하고 싶지 않느냐’는 물음에 “연기만 하다가 한 3년 정도 되니 근질근질했다.(웃음) 코로나 전까지 일본에서 솔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벤트도 하고 앨범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음반 작업을 안 한 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가수 때 스케줄이 그립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카라 활동에 대해 “멤버들끼리 얘기는 하지만 아직 조심스럽다. 팬미팅 등 얘기를 했지만 아직도 여의치 않다. 저희들끼리 ‘뭔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의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가 되기 전엔 자주 만났다. 지금은 2명씩 따로 만난다. 저희는 자주 만나는 편이다. 뭉치는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해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한승연은 가수로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연기자로서 느리지만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이날 ‘배우로서도 욕심이 생기지 않느냐’고 묻자 “연기는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기준이 수상, 시청률이라면 그게 굳이 빨리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걸 느꼈다. 과거엔 ‘내가 조금이라도 예쁠 때 잘돼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내가 40~50대에도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대중의)인정은 언젠가 따라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걸그룹 출신 배우 윤아(소녀시대), 한선화(시크릿), 민아(걸스데이)와 스크린에 진출한 것에 대해서는 “이중에 절친은 없는데 가수 활동을 할 때부터 많이 봐왔다. 저보다 먼저 연기를 했고 필모를 잘 쌓아온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같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며 “걸그룹 출신 꼬리표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영화 스틸사진
“저는 10대, 20대를 열심히 살아왔다. 가수가 연기를 하는 것을 약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돌은 (연기를) 못 하고 외모로만 승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받아들여지고 제가 (저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잘 하는 게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나의 과거가 부담이 된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한승연은 “정점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즐겁게 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제가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믿는다. 나름대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해나갈 생각이다. 천부적 재능이 없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노력하는 게 저는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정점의 기준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건강하고 사고 없이 연기 활동을 하는 게 저의 목표이자 포부다”라고 밝혔다. 
개인 수상은 아니지만 ‘쇼미더고스트’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배급지원상을 받으며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녀는 “물론 저도 으리으리한 시상식에 가서 상을 타고 싶지만, 짧게 보지 않으려고 한다. 50~60대에 (수상의 영광이) 오든 저는 한승연으로 건강하게 살면서 배우로서 많은 감정을 보여드리자는 게 목표”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영화가 데뷔 이후 첫 번째 장편영화이기 때문. 
“화려한 조명 아래 있지 않아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 최근에 커피 머신을 구매해서 내려 마시며 소소하게 일상을 잘 지내고 있다.(웃음)” 
/ purplish@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