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들의 향연 〈더 로드 : 1의 비극〉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09.03 13: 47

[OSEN=김재동 객원기자] ’슬픈 눈‘들의 향연이다.
TVN 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김노원 연출, 윤희경 극본) 주인공 백수현(지진희 분)의 눈을 들여다 보면 가슴 아릿한 기분이 든다.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않는 원죄같은 상처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겐 그가 아버지라 부른 인간에게 희생된 여중생의 사체를 유기한 과거가 있다. 그런 더러운 기억을 씻고자 정의로운 기자, 진실을 전하는 앵커로 노력해왔지만 한순간도 그 과거의 망령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의 몸부림은 비록 아내 서은수(윤세아 분)를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사회악의 근원인 장인 서기태 회장(천호진 분)의 비리를 파헤칠 정도로 절박하다.

서은수의 눈도 슬프다. 서은수는 남편 수현과 사랑하는 아들 연우와 함께 하는 삶이 무탈하게 유지되길 바란다. 남편과 아버지의 첨예한 갈등을 알지만 외면하고 사랑스런 아내 역할, 딸 역할, 그리고 엄마 역할에 충실하면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만을 소망한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죽은 동생의 남편 오장호(강성민 분)의 빗나간 애정조차 끊어내지 못해 드는 죄책감과 오장호에 대한 연민 또한 지나가길 기도한다.
이 두 주인공의 눈이 슬픈 이유 중 하나는 결핍이다. 유괴된 친아들 최준영의 죽음을 목도한 슬픔보다 오랜 세월 키워온 양아들 백연우의 무사에 안도하는 백수현이나, 착한 딸로 길들여지고 착한 아내로 자리매김한채 빗장을 걸고 주변이 다시 안온해지도록 최선을 다해 기도하는 서은수나 평범하기엔 무언가가 부족하다.
그래서 막간의 순간이 오면 그들의 눈은 갈피를 잃고 흔들리고만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메운다고 했다. 욕심 때문에 인간성을 잃은 이들의 눈도 슬프다.
높이 날고 싶은 여자 차서영(김혜은 분)이 그렇다. 선배이자 자신이 낳은 준영의 생부 백수현의 앵커석을 향한 열망이 모정마저 앗아갔다. 유괴된 아들 준영의 죽음은 그녀에게 ‘준영이 준 기회’가 되어 앵커석을 차지했다. 그리고 맞이한 공허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오때문이 아니라 목표가 사라진 허탈 때문이다. 그녀는 “다 내려놓자”는 남편 최남규(안내상 분)의 제안을 거부하고 새로운 목표 찾기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또 서은수를 향해 비정상적인 소유욕을 보이는 오장호의 눈은 위험하기까지한 슬픔을 담고 있다.
이외 제강문화재단 이사장 배경숙(강경헌 분)이나 4선 국회의원 황태섭(김뢰하 분)등 행복을 위해 재물을 추구하다가 어느 순간 재물을 위해 행복을 희생하는 흔한 아이러니의 희생양들. 그들의 욕심으로 번들거리는 눈들도 안타깝다.
그리고 만악의 근원 서기태 회장. 자신에게 사냥총을 들이민 아들 서정욱(조성준 분)의 절규조차 콧방귀로 넘기는 야수적 인물. 돈과 권력을 모두 쥐고 고양이 쥐 놀리듯 사람 사이를 가지고 놀며 단지 도전에 대한 응징만을 관심사로 삼는 인간규격을 벗어난 캐릭터의 인간성 상실의 눈동자도 슬프다.
〈더 로드 : 1의 비극〉은 가족의 비극을 통해 인간의 어둡고 이기적인 내면을 탐구한 노리즈키 린타로의 <1의 비극>을 원작으로 한다.
2일 10회 방영분까지 사건의 실타래는 여전히 난마처럼 얽혀있다.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는, 이해는 일단 유보하고 따라가기 바쁘다. 남은 회차를 통해 이 얽힌 실타래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하다. 추리물의 전형처럼 최후의 최후까지 가서 ‘단칼에 잘라내기’가 시전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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