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롬처럼’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26)에게 올해부터 달라진 ‘루틴’은 100m 롱토스가 대표적이다.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을 앞두고 롱토스를 하는 루틴을 추가했다.
어깨가 소모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롱토스로 어깨를 단련해야 한다는 이론도 최근에는 제기되고 있다. 후자의 견해를 전적으로 따르는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9/05/202109050040776944_61339466aafa5.jpeg)
디그롬은 비시즌 롱토스를 주기적으로 하면서 어깨를 강화했고 구속을 끌어올렸다. 비록 올해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패스트볼 구위와 위력 자체는 독보적이다. ‘베이스볼서번트’에 의하면 올해 250타자 이상 상대한 투수들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9.2마일(약 159.6km)로 가장 빠르다.
KBO리그에서 패스트볼 평균 구속 상위 8명은 모두 외국인 투수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패스트볼 평균 구속 1위는 SSG 윌머 폰트로 149.8km를 기록 중이다. 뒤를 이어 앤더슨 프랑코(롯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드류 루친스키(NC), 워커 로켓(두산), 앤드류 수아레즈(LG), 아리엘 미란다(두산), 케이시 켈리(LG)가 포진하고 있다. 모두 외국인 투수다.
그런데 토종 투수들 가운데 패스트볼 평균 구속 상위 10명 안에 포함된 유일한 선수가 있다. 바로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올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5.3km로 전체 9위에 올라 있다.
스스로 이유를 꼽자면 ‘디그롬 따라하기’로 볼 수 있다. 디그롬처럼 롱토스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박세웅은 “올해 캠프 때부터 롱토스를 했다. 이용훈 코치님의 추천으로 하게 됐다”라면서 “미국에서도 디그롬처럼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롱토스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루틴이기에 100m 이상의 롱토스가 쉽지는 않았다고. 그는 “캠프에서 처음 시작할 때 100~120m 던진 것은 아니다. 70~80m씩 꾸준히 던지다 보니까 먼 거리를 던지게 됐고 힘 있는 공을 던지게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제는 불펜 피칭을 앞두고, 그리고 경기 전에도 롱토스를 하는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구속이 꾸준히 유지되고 체력면에서 떨어지는 기색이 없는 이유도 롱토스 때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올해 평균 구속이 오르고 유지되고 있는데 운동법이나 스케줄을 크게 바꾼 게 없다”라며 “롱토스 하나 추가했을 뿐이다. 그게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구속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강한 공을 뿌리자 자신감도 상승했다. 몸쪽 승부도 과감하게 펼치는 등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자 결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9/05/202109050040776944_61339434c896f.jpeg)
박세웅은 지난 4일 창원 NC전에서 7이닝 84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고 후반기 개인 4연승을 달렸다. 시즌 7승(6패)째. 시즌 평균자책점은 3.46까지 낮췄다.
후반기 4경기 평균자책점은 0.96(28이닝 3자책점)에 불과하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피칭을 펼쳤다. 나머지 1경기도 6이닝 무실점의 완벽투였다.
박세웅은 구속은 상승하고 유지하고 있지만 심적으로는 많이 내려놓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많이 내려놓고 던지는 것 같다. 팀을 위해 던지는 것은 맞지만 이기려고 던지는 것은 아니다. 타자와 편하게 마운드 위에서 승부를 한다. 이제는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지 아닌지에 집중한다”라면서 “타이밍을 공부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캠프 때부터 볼카운트보다는 타자 반응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볼배합을 한다. 타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올해 피홈런 16개로 1위지만 후반기 4경기에서는 2개에 불과하다. 대신 땅볼 비율이 높아졌다. 올해 땅볼/뜬공 비율은 1.24.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2017시즌의 1.28과 엇비슷하다. 그는 “공의 높이 자체가 좋아졌다. 또 타이밍 싸움을 위해서 빠른공과 느린공을 번갈아 던지다 보니까 땅볼이 많이 나왔다. 완급조절이 잘 되는 느낌이다”라고 밝히며 타이밍 싸움을 주도하고 있는 게 올해 호투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