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가 마침내 공수주가 다 되는 외국인타자와 함께 선두 독주 채비를 마쳤다.
이번 시즌에 앞서 KT의 최대 고민은 지난해 타율 3할4푼9리 47홈런으로 MVP를 거머쥔 멜 로하스 주니어의 빈자리였다. 이에 일본프로야구에서 타율 3할 경험이 있는 조일로 알몬테를 대체자로 낙점했지만, 과거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정상적인 수비와 주루가 어려웠고, 타격에서도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며 결국 지난 6월 26일 방출됐다.
KT가 창단 첫 우승을 위해 택한 카드는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제라드 호잉이었다. 호잉은 2018시즌부터 2020시즌 중반까지 한화 이글스에서 300경기 타율 2할8푼4리 52홈런 197타점을 기록한 KBO 유경험자. 2018시즌 142경기 타율 3할6리 30홈런 110타점 활약 속 독수리군단의 11년만의 가을야구를 이끈 경험이 있었다.
모든 외국인타자가 그렇듯 호잉에게도 8월 10일 데뷔와 함께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KBO를 경험한 타자라 적응이 수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슬럼프가 다소 길게 이어졌다. 이강철 감독의 신뢰 속 데뷔 5경기만에 4번을 꿰찼지만, 첫 10경기 타율이 1할6푼2리로 상당히 저조했고, 4번의 침묵에 전반적인 팀 공격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모습이었다.
호잉이 감을 잡기 시작한 건 8월 26일 수원 SSG전. 당시 2루타 포함 멀티히트를 계기로 타구의 질과 선구안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흘 뒤 수원 삼성전에서 홈런 포함 다시 2안타 경기를 치렀고, 9월 들어서는 아예 전 경기서 안타에 성공했다. 4번에서 하위 타선으로 내려가면서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찾은 느낌이다.

호잉은 특히 3일 고척 키움전 3안타-5타점, 4일 잠실 LG전 선제 투런포, 5일 LG전 2타점 2루타 등 득점권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전날 김현수의 홈런성 타구를 담장 바로 앞에서 건져 올리는 슈퍼캐치를 선보이며 수비에서도 큰 힘을 보탰다. 이는 LG 2연전 스윕의 밑거름으로 작용한 호수비였다.
호잉이 살아나자 KT의 공격력도 무시무시해졌다. 최근 3경기 연속 11득점을 비롯해 호잉이 본격적으로 감을 잡은 9월 삼성에 이어 팀 타율 2위(3할1리)를 달리고 있다. 9월 리그 유일의 4할대(4할1푼2리) 득점권타율을 기록 중인 팀이 바로 KT다.
원래 마운드는 큰 고민이 없었던 KT는 화끈해진 공격력을 더해 최근 3연승으로 2위 LG와의 승차를 4경기까지 벌렸다. 사실 알몬테가 떠난 뒤에도 좀처럼 1위를 놓치지 않았던 KT였지만, 호잉이라는 외인타자가 새롭게 합류하자 1위 수성을 넘어 독주 체제로 향할 채비를 마쳤다.
이강철 감독은 “호잉이 치니까 선수들이 좋아하고, 분위기도 살아난다”며 “호잉은 장타력과 함께 우리가 기대했던 수비와 주루도 괜찮다. 그가 지금처럼 하위 타선에서 해주면 우리는 훨씬 강해진다”고 ‘호잉 효과’에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