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도규(23) 감격의 날이다. 구단으로서도 투수 육성의 결실이 조금씩 맺어지고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김도규는 8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김도규는 2-2로 맞선 5회말, 2사 1,2루의 위기에 올라왔다. 일단 첫 타자 강민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급한불을 껐다.
김도규가 위기를 극복한 뒤 6회초 공격에서 타선이 4-2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도규는 오재일을 1루수 파울플라이, 이원석을 중견수 뜬공, 김헌곤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이날 임무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가 4-2로 끝까지 흘러갔고 리드를 했을 당시 마운드 위에 있던 김도규는 승리 투수가 됐다.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 지명된 이후 입단 4년차에 데뷔 첫 승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데뷔 시즌의 시행착오, 현역 군 복무 등의 시간을 보내고 거둔 감격의 첫 승이다. 김도규는 2018년 데뷔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3경기 평균자책점 13.60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승리 없이 8패만 얻었다. 2019년 현역으로 입대해서 지난해 전역했고 올해부터 다시 공을 던지고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는 13경기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 중이었다.
건장한 체구에 150km까지 나오는 패스트볼 구속으로 우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던 김도규다. 올해는 래리 서튼 감독의 부임과 함께 1군에서 중용을 받았다. 비록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김도규는 데뷔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거나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을 던졌고 꾸준한 모습은 이어졌다. 그러자 등판하는 상황에서의 접수 차이는 조금씩 적어졌고 이제는 ‘준필승조’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투수까지 성장했다. 이날 삼성전 역시 경기 중반, 동점에서 역전 위기까지 몰렸던 상황에서 삼성의 중심 타선을 잘 처리했다. 그에 앞서 지난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1⅓이닝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홀드를 따냈다. 필승조가 가동되기 힘든 상황에서 김도규는 ‘준필승조’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올해 롯데 투수진의 발견 중 하나인 김도규였다. 딥단 당시 건장한 체구에 비해 구속이 썩 빠르지 않았지만 현재는됐다. 150km까지 찍을 수 있는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성장을 거듭한 결과로 이제는 1군에서 최준용, 구승민, 김진욱 다음 단계의 필승조 역할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한 투수가 됐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86(23⅓이닝 10자책점)까지 떨어졌다. 이닝에 육박하는 22개의 삼진을 잡이내고 있을 정도로 구위는 상승해서 인정을 받았다.
서튼 감독은 김도규가 호투를 하고 있을 때 “준비가 됐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컨트롤이나 커맨드, 강한 멘탈들을 꾸준히 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도규도 그런 사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라면서 필승조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필승조 역할을 해야했던 2경기를 통해서 김도규 성장했고 준비된 선수로서 결과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었다.
아울러 김도규의 성장은 롯데 투수진 육성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수도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육성 무덤’에서 탈바꿈할 계기를 만들었다. 김도규가 나름대로 착실한 단계를 밟아서 1군에 연착륙까지 했다는 것은 올해 롯데의 수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정우준, 송재영, 김창훈 등 퓨처스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젊은 투수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