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 1의 비극’, 비밀은 비극을 낳는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09.09 09: 34

[OSEN=김재동 객원기자] 비가 오는 동안엔 택시를 잡기 어렵고 비가 그치고 나면 택시가 소용없다.
평소엔 있는 줄도 모르다가 없어지고 나니 아쉽고 애틋하다.
험한 산길 죽기살기로 오르고 보니 옆으로는 탄탄대로가 펼쳐져있다.

세상 살면서 이런 아이러니가 한 두 번일까.
tvN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이 9일 12화 종영을 앞두고 있다. 10화까지 사건, 사건 또 사건의 연속으로 시청자들을 정신없이 몰아붙이더니 8일 11화에서 일단 정리에 들어갔다.
백수현(지진희 분)이 기절한 사이 오장호(강성민 분)가 죽어있다. 백수현이 깨어나 현장을 둘러 본 순간 들이닥친 형사들도 현장을 목격한다. 몸싸움 흔적, 살해도구에 남은 지문, 불륜이란 동기까지 현장은 꼼꼼하게도 백수현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네 번째 사체, 아니 백수현의 기억 속 여중생 포함하면 다섯 번째 사체의 등장이다.
앞선 사체들의 사연은 일단 밝혀졌다. 최준영(남기원 분)과 박성환(조달환분)은 오장호가 죽였다. 윤동필(이종혁 분)은 서정욱(조성준 분)과 최세라(이서 분)의 차에 치어죽었다.
‘일단’이라 한 이유는 특히 최준영 유괴 살해는 오장호와 최남규(안내상 분)의 공모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미심쩍기 때문이다.
오장호의 경우 미운 백수현 괴롭히자고 끔찍이 사랑하는 서은수(윤세아 분)를 지옥에 빠트릴 범행을, 그것도 자신의 친아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이해 안가고 그 범행마저 오인유괴에 그쳤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으며, 최남규(안내상 분) 역시 돈에 쪼들리고 애지중지 키워온 준영이 사실 백수현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 일말의 동기는 있지만 준영 사후 그가 보인 안타까움을 봤을 때 범인일 개연성이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대체 오장호는 최준영이 백수현의 아들이란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어쨌거나 드라마 최후의 사체가 될 오장호의 죽음이 남았다. 이 죽음에는 또 어떤 사연이 있을까? 백수현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를 살인자로 믿게 해 지옥 끝까지 밀어넣으려는 오장호의 지독하고 치밀한 자살극일까? 아니면 극중 김형사(한주완 분)의 “누가 그렇게 정성스럽게 자살을 합니까?”란 말처럼 백수현의 덫으로 마지막 쓰임을 결정한 누군가의 용도폐기 살인일까?
11회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 드라마를 관통해 모든 캐릭터를 좌지우지하던 흑막 서기태 회장(천호진 분)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한 회를 통째로 잠수탄 그는 12회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 모든 이야기들과 서기태 회장의 비자금 원본과는 무슨 상관이며. 오장호에게 3년이나 이미도(손여은 분)를 붙여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시각장애인 흉내까지 내게 하면서. 또 형사 심석훈(김성수 분)은 어떻게 써먹을 작정이고?
아직 갈 길 멀고 할 얘기 많은 듯 한데 드라마는 한 회만 남겨두고 있다.
스토리라인이야 어쨌든 드라마가 주려는 교훈은 알겠다. 인생이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최악인 경우도 있다거나 한때 간절했던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허무할 수 있다거나 또한 비밀은 비극을 낳는다거나 등등.
아직도 풀어낼 실타래가 한 뭉치인 <더 로드 : 1의 비극>이 과연 마지막 한 회 분에서 남은 이야기들을 통쾌하게 털어낼 지 지켜볼 일이다.
/zaitung@osen.co.kr
[사진] '더 로드 : 1의 비극'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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