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와 몰리나, 수베로 감독이 볼배합에서 두 선수를 언급한 사연은?
포수 리드 또는 투수 리드, 야구 팬들이 가장 뜨겁게 논쟁을 펼치는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타자를 분석해 볼배합과 투수를 리드하는 능력은 포수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로 꼽힌다. 그런데 포수가 리드를 해도 공을 던지는 것은 결국 투수, 투수의 능력치에 맞게 리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화의 수베로 감독은 9일 잠실구장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봐 온 투수들 중에서 제구력이 좋은 투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클레이튼 커쇼를 언급하며 그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포수 리드와도 관련이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커쇼는 매우 영리한 선수다”라며 “커쇼가 볼배합, 시퀀스를 잘 하는 능력은 타석에서 타자가 조정하는 것을 파악하고서 반대로 던진다. 타자(생각)을 캐칭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공 구위도 워낙 좋은데다 타자가 노리는 것을 파악하고, 노리지 않는 곳(혹은 구종)으로 던지는 능력은 투수들 중에서 탑 중 한 명이다”고 칭찬했다.
포수는 타자의 바로 옆에서 구종에 따라 타자의 반응을 살피며 무엇(코스, 구종)을 노리는 지 파악하기도 한다. 커쇼는 1구 1구 마다 타자의 반응을 보고, 타자의 의도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타자가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한가운데 직구에 꼼짝없이 지켜보며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타자가 직구를 노릴 때 변화구를 던지고, 변화구를 노릴 때는 직구로 던지는 능력이다. 투수의 볼 스피드, 제구력 등 신체적인 능력 이전에 심리적인, 야구 지능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은 밀워키에서 2018~19시즌을 뛰고, 현재는 콜로라도 소속인 줄리스 차신의 능력도 언급했다. 그는 “차신은 4~5년 전에 자신이 상대했던 타자와의 볼 배합, 타구 코스, 결과도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다. A타자 상대로 무슨 구종을 던졌는데 중전 안타를 맞아서, 이번에는 내야수를 2루 베이스쪽으로 시프트를 하면 좋겠다고 게임 플랜을 짜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볼배합에 있어서 투수의 기억력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면서 수베로 감독은 포수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볼배합이나 제구가 잘 되려면, 포수의 캐칭도 중요하다. 투수의 생각을 읽고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캐처도 중요한 파트너다”고 말했다.
볼 배합 리드를 포수가 하느냐, 커쇼처럼 투수가 하느냐. 어느 것이 더 나을까. 수베로 감독은 “포수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일례로 야디르 몰리나가 포수라면, 포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런데 모든 팀에 몰리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수와 포수의 콤비네이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기 전 투포수 미팅이 중요하다. 매덕스 같은 경우는 전담 포수가 있었다. 투포수가 서로 교감이 있다면, 서로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잘 맞아 볼배합도 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 상대로 48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로 KBO리그 신기록을 세운 LG의 켈리는 포수 유강남과의 배터리 호흡에 대해 "해가 거듭할수록 견고해진다. (유강남이) 나를 잘 알고 있고, 공부를 많이 한다. 눈만 마주봐도 알 것 같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투포수 브로맨스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48경기 중 유강남과 44경기를 호흡 맞췄다.
수베로 감독은 “투수가 어느 레벨인지가 중요하다. 볼 배합의 주도권을 놓고, 투수가 어느 레벨이냐 포수가 어느 레벨이냐를 봐야 한다. 경험많은 좋은 포수라면 포수에 의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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