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선발 투수 이민호(20)가 후반기 들어 위력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이민호는 최근 19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가 등 근육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토종 선발진에서 가장 믿음직한 피칭으로 켈리에 이어 2선발 노릇을 하고 있다.
이민호는 10일 잠실 한화전에서 7이닝 동안 90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7승째. 4회 2사 후 하주석에게 안타, 7회 2사 후 김태연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전부였다. 이렇다할 위기 상황 없이 완벽하게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이민호가 올 시즌 가장 완벽한 투구를 해줬다. 특히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 수 관리가 잘됐다”고 칭찬했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좌타자 보다 6푼 이상 높은 이민호의 데이터를 참고해 선발 라인업에 우타자 8명을 포함시켰다. 좌타 톱타자인 정은원을 빼고 우타 최재훈을 1번타자로 기용했다. 한화 상대로 5경기 평균자책점 0.70인 이민호를 어떻게든 깨보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이민호는 경기 후 “올해 내가 우타자 피안타율이 높다는 것을 몰랐다. 좌타 정은원 선배가 빠져 몸이 안 좋은가 생각했다”고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이민호는 우타/좌타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고, 수베로 감독은 제대로 농락 당한 셈이다.
이민호는 전반기 들쭉날쭉했던 투구 밸런스를 후반기에 좋은 상태로 잘 유지하고 있다. 그는 “어제 캐치볼을 하는데 밸런스가 좋았다. 공에 힘도 있어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90구를 던지고 내려왔다. 완투 생각은 안 해봤냐는 질문에 그는 “생각 안 했다. 불펜에 좋은 선배 투수들이 많다”며 임찬규가 건네준 조언을 소개했다.
토종 선발진 중에서 최고참인 임찬규(29)가 지난 4~5일 선두 KT에 2연패를 당하자, 손주영(23) 김윤식(21) 이민호(20)를 불러서 도원결의(?)를 했다.
임찬규는 나이 어린 3명의 투수를 불러 “수아레즈가 부상으로 없어 우리 네 명이서 잘 해야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네가 에이스라고 생각하고 한 타자, 공 1개를 어떻게든 집중해서 전력으로 던져서 잡는다는 생각으로 던져라”고 말했다.
이민호는 “찬규 형이 ‘1위 싸움을 해야 하는 때다. 선발이 초반에 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닝을 적게 던지더라도 적은 점수를 주고 내려오면 우리 불펜이 좋아서 막아줄 것이다'고 말했다. 오늘 마운드에서 찬규 형의 말을 생각하고 던졌다”고 소개했다. 완투 욕심 보다는 매 이닝 실점없이 던지기 위해 전력투구를 했다.
포수 유강남의 리드도 든든했다. 이민호는 “강남이 형이 내 공이 힘이 좋으니까 ‘칠테면 쳐라’는 생각으로 던져라고 했다. 초구부터 쳐라고 던졌고, 카운트가 유리하게 가면서 삼진도 많아졌다. 삼진을 노린 것은 아닌데 오늘 구위가 좋아서 삼진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8월 27일 삼성전에서 1회 1점을 허용한 뒤로 2회부터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지난 2일 NC전에 5이닝 무실점, 10일 한화전에 7이닝 무실점까지 19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임찬규의 조언처럼 에이스처럼 던지고, 결과도 에이스 못지 않은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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