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두산 베어스 특유의 ‘가을 DNA’가 깨어나는 것일까.
워커 로켓은 지난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8승(8패)째를 올렸다. 팀의 8-1 완승을 이끈 호투였다.
삼자범퇴는 5회뿐이었지만, 반대로 주자가 득점권에 위치한 이닝도 4회뿐이었다. 주자가 출루할 때마다 체인지업과 투심을 적절히 곁들여 삼진 및 땅볼을 유도했고, 그 결과 5월 18일 수원 KT전 9탈삼진을 넘어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 신기록(10탈삼진)을 수립했다.

로켓은 6월 19일 수원 KT전 승리 이후 5연패에 빠진 상황이었다. 부진과 불운이 겹친 시기였다. 6월 25일 롯데전(4이닝 6실점), 8월 15일 키움전(5⅔이닝 5실점) 부진을 털고 8월 21일 한화전(6이닝 3실점)부터 3경기 연속 제 몫을 해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두산 또한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하던 에이스의 연이은 패전에 좀처럼 반등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마침내 호투와 타선 지원이 동시에 이뤄지며 로켓이 83일만에 활짝 웃었다.
로켓의 부활로 다시 강력한 4선발을 구축한 두산이다. 아리엘 미란다가 1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중심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최원준이 올림픽 후유증을 털고 9일 창원 NC전에서 8경기만에 승리를 신고했고, 곽빈도 후반기 들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그리고 전날 로켓마저 부활하며 마침내 2016년 ‘판타스틱4’와 같은 선발야구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나머지 한 자리인데 현재 유희관, 김민규, 박종기 등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가장 큰 원동력은 선발야구였다. 그리고 최근에도 선발야구 부활과 함께 4연승을 달리며 6위 NC를 1경기로 턱밑 추격했다. 5위 SSG와의 승차도 2.5경기밖에 나지 않는 상황. 8월까지만 해도 올해는 가을야구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니 귀신 같이 경기력이 살아났다.
물론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향한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중위권에 있는 키움, SSG 역시 포스트시즌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고, 두산은 당장 이번 주말부터 LG-KT-SSG-키움 등 상위권 팀들을 차례로 만난다. 쉽지 않은 일정이다.
그러나 두산은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선발투수가 안정되면 불펜, 타격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4연승의 원동력 역시 선발진의 릴레이 호투였다. 당연히 타격 페이스도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두산 특유의 가을 DNA가 5위 싸움에 불을 제대로 지핀 모습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