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54) 감독은 현역 프로야구 사령탑 중에서 7년째로 KBO리그 감독 경험이 가장 오래됐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벌써 3차례나 차지했고, 2015년 감독을 맡은 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지금까지는 없다.
김태형 감독은 대표적인 카리스마형 감독이다.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선수를 불러 혼내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성격이 직선적이다.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에둘러 표현하기 보다는 직접적인 멘트로 속내를 드러내는 편이다. 때로 발언이 공격적이기도 하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오해를 살 때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상대 선수들을 향해 예민하게 반응하며 ‘급발진’ 흥분했다. “왜 난리냐”라고 소리치고, 상대팀 코치를 향해 “이리와봐”라고 혼내려 했다.

이날 LG-두산전은 경기 초반 양팀 덕아웃이 과열됐다. LG는 선발 김윤식이 1회 5타자 연속 볼넷, 6타자 연속 사사구로 자멸하며 4점을 헌납했다. 일반적인 경기 분위기와는 다른 흐름으로 갔다.
게다가 두산은 3회까지 김재환, 박계범, 장승현 3명이 몸에 맞았고, LG는 보어가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위협구가 아닌 투수들의 제구 난조였다. 양 팀은 벤치에서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기싸움을 하면서, 상대를 자극하는 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3회말이 끝나고 4회초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은 덕아웃을 뛰쳐나와 LG 덕아웃을 향했다. 잔뜩 화난 표정으로 상대를 위압하려 나왔다. 이때 LG 김현수는 타석에 들어서 있었고, 오지환은 대기 타석 근처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최수원 주심이 황급히 김 감독을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LG 선수단과 드잡이질을 할 모양새였다. 이후 류지현 LG 감독이 뛰어와 김 감독을 향해 뭔가 설명하고 진정시키려 했다. 김 감독은 LG를 향해 “왜 난리냐”라고 소리쳤다.
![[사진] 스포티비 중계 화면](https://file.osen.co.kr/article/2021/09/12/202109120253771395_613cf08c9b419.png)
최수원 주심은 양팀 수석코치에게 “뒤로 빠져달라”고 요청하고, 감독끼리 흥분하지 말고 이야기하자고 중재했다. 잠시 후 김 감독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난 뒤 경기는 재개됐다.
이날 잠실구장은 찾은 허운 심판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경기 중 양쪽 투수들의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서 벤치가 예민해졌다. 그 과정에서 (1루)벤치에서 소리가 나왔고, 심판 중재로 오해를 풀었다. 해프닝이었다”고 설명했다.
3회말이 끝나고, 공수 교대 때 최수원 주심은 사구 2개를 기록한 최동환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사구를 조심하자는 얘기. 오지환은 두산 덕아웃을 가리키며 최수원 주심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측 관계자에 따르면, 양 쪽 팀 벤치에서 서로 도발적인 멘트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두산 선수가 맞았을 때, 두산쪽 벤치에서 민감한 반응을 했고 최수원 주심이 두산 벤치에 주의를 줬다고 했다. 이후 LG쪽 벤치에서도 한 코치가 도발적인 멘트를 내뱉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김태형 감독이 참지 못하고 뛰어나갔다. 심판의 중재와 류지현 감독의 설명 도중 김태형 감독은 LG 모 코치를 향해 "야, 너 이리 와봐”라고 윽박지르는 상황이 일어났다. 두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오지환에게 이리와봐 라고 하지 않고, 코치를 향해 말했다"고 알려왔다.
감독이 상대팀과 신경전을 펼칠 수 있고, 상대가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면 어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심판에게 항의를 해서 상대팀에 전달하면 된다. 아무리 흥분했다고 해도, 상대팀 덕아웃으로 직진해서, 상대팀 코치나 선수와 싸우려고 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동이다. 선수단을 자제시켜야 할 감독이 먼저 나서서 흥분할 일은 아니다.
김태형 감독은 과거에도 롯데와의 경기에서 상대 투수를 향해 거침없는 멘트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감독이 상대팀 선수와 싸우려는 모양새를 자주 보여주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김 감독은 이강철(55) KT 감독에 이어 2번째 연장자이다. 후배 감독들 보기에도 위치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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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합니다= 두산 구단에서 김태형 감독이 오지환이 아닌 LG 코치를 향해 "이리와봐"라고 말했다고 밝혀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