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쳐내려고 하는데…아직은 힘들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22)은 후반기부터 주장직을 맡게 됐다. 박병호가 주장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이제 갓 주전으로 도약한 5년차 선수가 가슴에 ‘캡틴’의 마크를 달게 됐다. KBO리그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20대 초반에 주장이 된 사례는 거의 없다. 최연소 캡틴인 셈이다.
올해 김혜성은 106경기 타율 2할9푼8리(416타수 124안타) 3홈런 50타점 71득점 33도루 OPS .732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하성(샌디에이고)의 빈 자리를 채워줄 적임자였고 일찌감치 후계자로 각광을 받았다.

공백을 온전히 채우기 위해서는 공격력이 관건이었다고 생각했던 상황.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수비가 문제였다. 김혜성은 올해 27개의 실책을 범했다. 리그 최다 실책의 오명을 쓰고 있다. 주전 유격수로 나서면서 데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고정 포지션을 부여 받았지만 실책이 발목을 잡았고 고개를 떨구는 일이 잦아졌다.
결국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이 주장을 맡게 된 시점부터 포지션을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시켰다. 그렇다고 완전히 실책의 트라우마를 떨쳐낸 것은 아니다. 지난 10일 고척 KIA전 2루수 자리에서 승부처에 치명적인 실책 2개를 범하면서 팀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래도 빠르게 회복했다. 11일 사직 롯데전 타석에서 6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3-7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김혜성에게 수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유격수로 가장 많은 822⅔이닝, 2루수로도 58이닝을 소화하며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주장까지 맡게 됐다. 체력적으로 힘들 법도 하지만 “체력 부담은 전혀 없다. 주장을 한다고 해도 야구할 때는 똑같다. 최선을 다해서 이기고 싶다. 야구하기 전이나 끝나고 나서 생활할 때 차이가 약간은 있다”라고 말한다.
이어 “솔직히 수비가 너무 안되다 보니까 많이 속상했다.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조급함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도 잘 하려는 마음은 똑같다”라며 스스로도 아쉬움을 곱씹었다.
결국 어떻게 빨리 극복하고 본궤도로 돌아오게 하는 ‘냉철한 생각, 차가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김혜성은 기계가 아니다. 그 역시도 사람이고 실책 이후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그는 “(실책 하고 난 뒤) 마음이 무겁다. 빨리 떨쳐내려고 해도 많이 남아 있다. 아직은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게 아직 힘들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주장과 현 상황을 연결시키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든든한 조력자들도 있다. “박병호 선배님, 이용규 선배님께 많이 조언을 구한다. 병호 선배님은 언제든지 편하게 물어보라고 하신다”라면서 “주장이라고 야구할 때 달라지는 것은 없고 야구와 주장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4위 자리를 지키며 그래도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언제 순위표가 요동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그는 “매 경기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각오를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