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3타점 적시타가 '1루타'였다. 삼성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32)의 폭풍 같은 질주가 진귀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12일 대전 삼성-한화전 더블헤더 2차전. 3-6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삼성이 9회초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이원석이 한화 투수 강재민의 4구째 직구를 받아쳤고, 살짝 빗맞은 타구가 우중간으로 향했다.
수비 시프트로 2루 베이스 뒤쪽에 있던 2루수 이도윤이 타구를 뒤로 쫓아갔다. 우익수 장운호, 중견수 이원석도 앞으로 달려왔지만 잡기 애매한 위치. 이도윤이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에 글러브를 내밀었다.

잡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투아웃이라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그러나 운이 없었다. 이도윤의 글러브 끝을 맞고 떨어진 타구가 뒤따라오던 장운호와 이원석 반대로 굴절됐다. 그 사이 2~3루 주자가 홈을 밟은 뒤 1루 주자 피렐라가 전력 속도를 내며 2~3루를 통과했다.
이원석이 옆으로 구른 공을 잡아 유격수에게 넘겼고, 중계 플레이에 나선 하주석이 홈으로 송구했지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쇄도한 피렐라의 터치가 더 빨랐다. 홈을 쓸고 지나간 피렐라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했다.
6-6 동점, 기록은 이원석의 3타점 '1루타'였다. 주자 일소 싹쓸이 3타점 적시타는 대개 2~3루타 장타로 이뤄지기 마련. 하지만 애매한 타구와 작은 틈을 놓치지 않은 피렐라의 집중력과 투지가 보기 드문 기록을 만들었다.
앞서 2회에도 피렐라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장민재에게 볼넷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6구째 포크볼이 폭투가 돼 뒤로 빠지자 1루로 전력 질주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루까지 파고들며 단숨에 득점권에 위치했다.
9회 투아웃 패배 직전에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삼성은 한화와 6-6으로 비겼다. 1차전 3-3에 이어 2차전까지 더블헤더 2경기 연속 무승부. KBO리그 40년 최초 진기록까지 세워진 하루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