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위기의 순간 ‘곰의 탈을 쓴 여우’ 김태형 감독이 직접 나섰다. 내부 결속력 강화에 성공한 두산은 기적 같이 가을 DNA를 되찾았다.
두산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더블헤더를 싹쓸이하며 파죽의 6연승과 함께 공동 5위 NC, SSG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시즌 49승 3무 50패 승률 4할9푼5리. 멀게만 느껴졌던 5할 승률까지 이제 남은 승수는 단 1승이다.
8월 말까지만 해도 올해 두산의 가을야구가 힘들지 않겠냐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잦은 기복과 반복되는 연패로 한 때 6위 SSG와의 승차가 무려 4경기까지 벌어졌고, 9월 시작과 함께 4연패 수렁에 빠지며 점점 5위로 향하는 길이 험난해졌다. 5위 도약은커녕 8위 롯데의 맹추격을 걱정해야 했다.

그런 두산이 5일 대구 삼성전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6-5 승리로 분위기를 바꾼 뒤 전날 LG 더블헤더까지 6연승 및 7경기 6승 1무 상승세를 달리며 손만 뻗으면 5위가 닿는 6위까지 올라섰다. 삼성, 키움, NC, LG 등 상위권에 있는 팀들을 연달아 격파했기에 6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 감독의 한 차례 결단이 팀의 결속력을 한층 강화시킨 모습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일 잠실 LG전. 당시 4-0으로 앞선 3회말 박계범, 장승현이 최동환에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자 김 감독은 4회 시작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나와 상대 벤치 쪽을 향해 소리치며 격분했다. 주심의 중재 아래 양 팀의 오해가 풀리며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두산은 그날 무승부에 다음날 더블헤더 스윕을 달성하며 LG 3연전을 2승 1무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2015년 부임 후 위기의 순간 또는 승부처마다 종종 심리전을 펼치며 선수단 단합을 도모해왔다. 김 감독은 곰처럼 우직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장악할 줄 아는 지도자다. 이는 두산의 6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3차례 우승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6월에는 주전 외야수 박건우에 전격 2군행을 통보하며 구성원들의 단합을 꾀했다. 부상도 부진도 아니었지만 선수의 나태한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기존 선수들을 향해 “주전들은 자신이 경기에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안 된다. 주전이 피곤하다고 하면 경기에 못 나가는 백업들은 그 말이 와닿겠나”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디오판독 결과 항의는 퇴장이란 규정을 알면서도 거친 항의로 최근 퇴장을 3차례 당했는데 공교롭게도 김 감독 퇴장 경기서 두산은 모두 승리를 거뒀다. 사령탑은 당시 “퇴장인 걸 알았지만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고, 선수들은 “감독님이 퇴장을 당한 뒤 선수들끼리 더 하나가 되는 분위기였다”라고 김 감독 특유의 리더십을 흡족해했다.
또한 과거에는 양의지, 김재호 등 굵직한 베테랑들을 더그아웃에서 공개적으로 혼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팀의 기강을 잡는 길이라면 베테랑, 신예할 것 없이 잘못 이후 강한 질책을 내렸다.
여름까지 계속된 부진을 딛고 서서히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두산. 위기 때마다 발휘된 김태형 리더십이 이번에도 포스트시즌행이라는 달콤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곰탈여’ 김태형 감독이 있기에 가을로 향하는 두산의 여정이 든든해 보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