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12일 대전 삼성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6-3으로 앞선 9회 2사 만루에서 '최강 불펜' 강재민(24)이 이원석에게 빗맞은 타구가 우중간 안타로 연결됐다. 한화 2루수 이도윤의 글러브를 맞고 타구가 옆으로 흐른 사이 2~3루 주자에 이어 1루 주자 호세 피렐라까지 홈인하며 순식간에 6-6 승부는 원점. 강재민의 시즌 4번째 블론세이브였다.
이 순간 많은 팬들은 한화 투수 장시환(34)을 떠올렸다. 강재민이 리드를 날리지 않고 승리로 마무리했다면 장시환의 구원승이 가능했을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 지난해 9월27일 대전 NC전을 시작으로 개인 13연패 중인 장시환은 KBO리그 역대 최다 연속 패배 5위 불명예가 현재 진행형이다. 1승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이날 한화는 선발 장민재가 4-1로 앞선 상황에서 3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채우지 못한 채 내려갔다. 9회 동점이 되기 전까지 리드 상황이 유지된 상황에서 한화 구원투수 8명이 이어 던져 승리 기록이 누구에게 주어질지 애매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강재민이 날린 승리는 장시환의 것이 아니라 윤호솔의 것이었다.

야구에서 승리투수 기록은 경기 리드 시점을 기준으로 마지막에 던진 투수에게 주어진다. 선발투수가 리드 상황에서 5회를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기록원 판단으로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구원투수에게 승리가 부여된다. 같은 날 잠실 LG-두산전 더블헤더 1차전도 두산 선발 유희관이 7-5로 앞선 5회 2사에 내려가 승리가 불발된 뒤 다음 투수 김명신이 리드 시점을 잡았지만 ⅓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구원승은 1⅔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4번째 투수 이영하에게 돌아갔다.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면 장민재 다음에 올라온 구원 윤호솔이 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아 리드 시점을 잡았지만 안타, 볼넷을 1개씩 주며 아웃카운트를 1개밖에 잡지 못했다. 다음 투수 장시환이 투구 내용에 따라 승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장시환도 5회 안타와 도루 허용, 폭투에 이어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준 뒤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이후 황영국(1이닝 1실점), 김기탁(⅔이닝 무실점), 오동욱(⅓이닝 무실점), 김종수(1이닝 무실점), 이충호(0이닝 1실점), 강재민(1이닝 2실점) 순으로 던졌다.

해당 경기 기록원은 9회 동점이 되지 않고 경기가 끝났다면 윤호솔에게 승리를 줄 예정이었다. 1이닝 1실점한 장시환의 투구가 효과적이라 판단하지 않았고, 리드 시점을 지킨 윤호솔에게 승리를 주기로 한 것이다. 경기가 9회 동점이 되면서 윤호솔은 승리 대신 홀드로 기록이 바뀌었다. 장시환은 승패에 관계없이 홀드를 기록했다.
즉, 이날 강재민이 날린 승리는 장시환의 것이 아니었다. 강재민은 지난달 26일 고척 키움전에서 장시환의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기억이 있다. 당시 4-2로 앞선 9회 2사 1,2루에서 대타 변상권에게 동점 2타점 2루타를 맞아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던 선발 장시환의 승리를 지키지 못한 바 있다.
이후 2패를 추가한 장시환은 13연패로 불명예 기록이 길어졌다. 당시 선배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던 강재민에게 마음의 짐으로 남았을 상황에서 비슷한 장면이 또 연출됐다. 하지만 장시환의 승리를 또 날린 게 아니었으니 강재민이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