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대기 자청한 원투펀치, 이런 외국인 투수들 또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9.14 11: 16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가 동시에 불펜 대기를 자청했다. 한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외국인 원투펀치로 자리매김 중인 라이언 카펜터(31)와 닉 킹험(30)의 팀 퍼스트는 진심이었다. 
한화는 지난 12일 대전 삼성전 더블헤더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2군 선수 한 명이 아침부터 고열이 나면서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였고, 검사를 받는 동안 2군 선수단 전체가 자택 대기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이날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 내정된 투수 장민재였다. 만에 하나 2군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2군 선수단 인원 모두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2주 자가격리를 거쳐야 했다. 음성 판정을 받아도 검사 결과가 오후 늦게 나오면 장민재의 선발등판이 불발될 수 있었다. 

한화 외국인투수 카펜터와 킹험이 훈련을 마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21.06.18 / dreamer@osen.co.kr

가뜩이나 더블헤더를 앞두고 한화의 투수 운영 계획이 크게 꼬일 위기에 놓였다. 수베로 감독이 이와 관련 보고를 받을 때 옆을 지나가던 카펜터와 킹험도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자 두 선수는 한목소리로 "불펜 대기를 하겠다"고 자청했다. 팀을 위해 자발적으로 의지를 보였다. 
외국인 투수들에게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대부분 외국인 투수들은 자신의 선발등판 날짜에 맞춰 준비 과정의 루틴을 철저히 지킨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불펜 대기를 요청받아도 거부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몸이 재산인 외국인 선수들에겐 당연한 권리다. 
한화 카펜터, 로사도 코치, 킹험(왼쪽부터)이 김진욱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 dreamer@osen.co.kr
이를 비춰볼 때 카펜터와 킹험의 불펜 자청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실제 카펜터는 더블헤더 1차전에서 6회 구원등판했다.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4이닝 88구를 던진 뒤 이틀을 쉬고 나섰다. 1이닝 16구 무실점. 선발등판 전 불펜 세션을 이날 등판으로 대체했다. 
다행히 고열 증세를 보인 2군 선수가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장민재가 2차전에 정상 출격했고, 킹험의 불펜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킹험은 5일 휴식을 갖고 14일 문학 SSG전에 선발등판한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카펜터와 킹험에겐 물음표가 가득했다. 카펜터는 대만프로야구에서 온 저비용 선수로 평가 절하됐고, 지난해 SK(현 SSG)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 만에 아웃된 킹험은 건강 이슈가 붙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두 선수 모두 기대 이상 활약으로 우려를 씻고 재계약 청신호를 밝혔다.
[사진] 카펜터-킹험 /OSEN DB
카펜터는 승운이 따르지 않아 5승10패에 그치고 있지만 팀 내 최다 125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58 탈삼진 137개를 기록 중이다. 킹험은 광배근 부상으로 한 달 공백이 있긴 했지만 17경기에서 95⅓이닝을 던지며 8승5패 평균자책점 3.02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7월 이후 7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1.84로 갈수록 위력적이다. 한화 외국인 투수 최초로 10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 동시 달성을 넘보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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