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무열 "보이스피싱 피해 작년만 8천억...숨은 피해자 '자책' 않길"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1.09.14 12: 38

"피해자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배우 김무열이 영화 '보이스'를 통해 역대급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동시에 실제 범죄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김무열은 14일 오전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 제작 수필름, 배급 CJ ENM)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 분)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 프로(김무열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범죄액션 영화다. 이 가운데 김무열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수뇌부 곽 프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작 김무열은 "심정적으로 공감이 되고 합리화가 되면서 악역이 만들어지는데 '보이스’의 곽 프로는 넉넉하게 이야기해도 이해가 겨우 가는 나쁜 놈이었다. 감독님이랑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적을 롤 모델로 만들고 거기를 향해 갔던 것 같다"라며 어려움을 표현했다. 그는 "이번 곽 프로 같은 경우는 그런 마음은 있던 것 같다. 저도 나름 정의로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저조차도 밉고 때려 죽이고 싶은 마음을 극대화시켰서 '그렇다면 어떤 인간이 그럴까’라는 상상을 많이 가미했다. 그런 감정들을 많이 재료로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영화 속 '콜센터’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전두지휘하는 곽 프로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주교처럼 보일 정도로 남다른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김무열은 캐릭터의 첫 인상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이라는 게 규모가 이렇게 커다란, 우리 사회에 아주 깊숙이 퍼진 범죄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우연히 은행에서 창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이때다 싶어서 직원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체크카드 출금 제한 금액을 둔 것도 보이스피싱이라고 하시더라. 이게 우리 사회에서 정말 큰 영향을 주고 심각하고 밀접한 범죄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때부터 곽 프로라는 인물이 실체적으로 저한테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게 첫 인상이라면 첫 인상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곽 프로의 전사가 자세히 공개되지 않는 만큼 극 중 모습이 전작 '작전' 속 김무열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 김무열은 "맞다. 뿌리가 있다. 금융 쪽이다. 감독님이 초반에 쓰신 대사를 보고 놀랐다. 잘나가던 펀드 매니저였는데 거기서도 사기를 치고 퇴출을 당하고 법의 심판도 받는다. 그 안에서 본인이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본다는 캐릭터 평행이론이 있다. 실제 영화에서는 편집이 됐는데 사실 출신도 그렇도 곽 프로도 어떤 일을 했는지 불분명한 인물이다. 이렇다, 저렇다 '카더라’만 있는. 전에는 몇 천억씩 움직인 금융계 에이스라는 '썰’만 있는. 그렇게 불분명한 과거가 주는 알 수 없음이 곽 프로를 미지의 무서운 적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는 '엘리트 브로커’라는 설정을 배제했다. 보이스피싱이 워낙 엄청난 범죄이지만 총량으로 치면 금융 쪽이 더 그렇지 않겠나"라고 웃으며 "큰 돈 만지던 사람이 여기 와서 이러고 있다는 설정이 '작전' 같은 금융 브로커였다면 실제 그렇게 큰 돈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 같더라. 더 쉽게 돈을 벌 방법을 찾는 사람이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캐릭터를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람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곽 프로의 모습이 서늘한 긴장감을 더했다. 이와 관련 김무열은 "아주 잠깐 나오는데 곽 프로가 멀쩡하게 입고 '콜센터’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전화기 너머에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우리한테 전화해서 사기를 칠지 상상을 하면서 그 공간 안에서 누구보다도 편하고, 제멋대로이고, 자신만의 왕국이기 때문에 위에는 정장, 아래는 반바지로 아무렇게나 입어도 되는 걸 상상했다. 전화를 했을 때는 멀쩡한 사람을 사칭해서 피해자를 속이고 그런 언밸런스와 자기중심적인 편안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배경이 중국이라 트레이닝복 같은 건 중국에서 구입했다는 설정이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상을 보여드리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디테일한 설정 덕분일까.상대 배우인 변요한은 인터뷰에서 김무열이 연기를 너무 잘해 화가날 정도라고 말했던 바. 김무열은 변요한에 대해 "가장 놀라고 보면서 많은 걸 느끼게 해줬던 모습은 개봉 관련한 행사에서 몇 번 말했는데 상대 배우에 대한 존중이었던 것 같다. 본인의 일에 대한 존중도 있고 배우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그 마음은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일이 본인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대변해주는 그런 행동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요한이 만큼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존중이 상대방이 연기를 할 때 '내가 소중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줬다. 그래서 더 신나고 즐겁게 하면서도 성취감이라는 걸 갖고 일을 할 수 있던 것 같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영화 현장에서 일주일에 촬영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업으로서의 소명을 느끼면서 일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배우라는 직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공감하면서 이 캐릭터를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데 요한이의 상대 배우에 대한 존중이 작업하면서 큰 힘이 됐다. 연기를 잘하는 건 이미 검증이 됐고, 다들 아시는 부분이다. 그래서 저는 상대 배우에 대한 존중이 가장 놀라웠다. 그래서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동생이지만 그 부분이 가장 놀랍고 많이 배우고 느꼈다. 참 좋은 배우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변요한에 대해 "칭찬을 정말 잘 하더라. 일단 본인의 극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요한이가 끌고 가야 하는 양이 정말 많다. 일례로 촬영 중에 모니터 앞에 앉아서 본인이 안 나오는 장면을 찍을 때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며 그것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칭찬하고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알지 않나. 어느 정도 집중해서 심도 있게 봤는지. 매번 제가 할 때도 그렇고 명훈이 형이 할 때도 그렇고, 보이스피싱 본거지에 있던 배우들 연기를 보면서 그렇게 진심으로 ㄱ마탄하고, 진심으로 칭찬하고, 놀래주는 게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 봤을 때 제 첫 번째 관객이 됐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김무열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위로하고자 했다. 그는 "캐릭터 자체도 악역이라 모두가 저를 미워하셨으면 좋겠다. 제가 어떤 일을 겪는지를 보면서 피해자 분들이 조금이라도 대리만족을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실제 사람들이 속을 수 밖에 없겠더라. 제가 충격을 받은 게 저희 영화 준비를 하면서 실제 보이스피싱 사례를 찾아보고 받아서 들어봤는데 요즘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이 옛날에 흔히 저희가 희화한 보이스피싱이랑은 너무 결이 다르더라. 수사 기관, 금융 기관이라고 하면 전문직인데 전문지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인 것 같은 목소리 톤과 단어 선택과 상황 별로 대처하는 순간순간의 대처들이 너무 진짜 같다.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오디오를 들었는데 이걸 보이스피싱인 줄 알면서 들었는데도 너무 진짜 같더라"라며 놀랐다.
김무열은 "또 어느 순간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깔리고 전화를 해도 보이스피싱 일당이 있는 그 쪽으로 전화가 다시 가는 식으로 당하시는 분들도 많더라. 제가 들었을 때 제일 안타까운 건 피해자 분들이 범죄를 통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도 안타깝지만 지난해 한해 추정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1조가 안 되는 7000억~8000억 원 규모인데 수사 기관에 피해를 알리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그 전부터 워낙에 범죄가 희화화됐고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게 부끄럽고 창피해서 혼자 끙끙 앓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알리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희원이 형 극 중 대사처럼 피해자들 잘못이 아니다. 범죄를 연구한 사람들이 치밀하게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만약에 표적이 된다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범죄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보이스'는 15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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