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빈자리가 실감 나십니까?".
지난 9월 초 텍사스 레인저스의 양현종(33)은 KIA 타이거즈 구단의 공식 SNS에 임기영의 궁금증 댓글을 달았다.
"임기영 선수 왜 자꾸 자려고 하는데 영상통화로 전화하십니까? 제가 그렇게 좋습니까?? 저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십니까"라는 댓글이 올라오자마자 '좋아요'의 숫자와 답글 수가 쇄도했다.

임기영을 향한 질문이었지만, 동시에 KIA 구단을 향한 질문까지 중의적으로 해석이 될 만한 댓글이었다.
실제로 KIA는 올해 양현종의 빈자리를 절감하고 있다. 연평균 30번의 선발등판에 180이닝을 소화하는 에이스였다. 7년 연속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기둥이었다.
그러던 양현종이 두 번째 FA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구단의 적극적인 콜이 없자 KIA와 재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번에 걸쳐 데드라인을 연장했고, 결국 마이너 계약까지 불사하고 팀을 떠났다.
KIA는 커다란 전력 공백이 빚어졌다. 그래도 고졸신인 이의리가 등장했고,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의 존재가 있어 양현종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자 양현종의 공백 우려는 뼈아픈 현실이 됐다. 멩덴은 두 달 넘게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브룩스도 한 달 부상 이탈에 대마초 성분 전자담배 구입이라는 일탈행위로 퇴출됐다.
이의리도 신인이라는 한계가 있어 양현종 만큼의 이닝 이터가 되지 못했다. 임기영이 토종 에이스급 투구를 했지만 기복이 있었다. 제 5의 선발은 주인없이 계속 다른 이름의 투수들이 돌아가며 맡았다.
결국 107경기를 소화한 9월 20일 현재 100이닝을 넘긴 선발투수는 임기영(113이닝)이 유일하다. 젊은 투수들을 기용하고 있으나 5이닝을 버티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IA는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이닝을 책임지는 양현종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했던가를 절감하고 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최근 2022시즌 선발진 구상을 살짝 내비쳤다. "외국인 2명과 임기영, 이의리, 그리고 누가 될 지 모르는 좌완 한 명"이라고 말했다. "그 누가 될지 모르는 좌완은 양현종이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그만큼 누구보다도 양현종의 빈자리를 절실하게 느낀 윌리엄스 감독이었다. 양현종의 선택지는 메이저리그 재도전과 국내 복귀이다. 후자일 경우 FA 선수라 타구단 가능성도 있다. 선택은 순전히 양현종의 몫이지만 팬들과 윌리엄스 감독은 에이스의 빈자리를 채워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