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22일 사직 삼성전에서 타격전 끝에 17-8로 대승을 거뒀다.
승리 후 롯데 서튼 감독은 장문의 승리 총평을 전했다. 서튼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 나와서 잘해줬다. 타자들은 어제부터 좋은 모습 보여주며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제(21일)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오늘은 좋은 분위기, 좋은 감으로 타격감 폭발했다”라며 “투수와 타자 모두 한팀으로 조화롭게 승부력 갖춰 열심히 싸우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독으로서 만족스럽고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 싸울려는 의지가 보였던 게임이다. 오늘 5000명이 넘게 와주신 팬들 끝까지 열정적인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것이 없는 승리 총평이다.
하지만 서튼 감독은 하나의 내용을 더 추가했다. 선발 등판했지만 아쉬움이 있었던 이승헌에 관한 내용을 이례적으로 첨언했다. 서튼 감독은 “선발 이승헌 좋은 스타트를 해줬다. 판타스틱한 4이닝이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하지만 그 이후로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 제구가 안됐고 스트라이크도 잘 던져지 못했다. 5회까지 기회를 주려고 했으나 만루 상황이어서 투수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라며 이승헌을 교체한 이유를 언급했다.

9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다시 자리 잡은 이승헌은 이날 올 시즌 첫 승을 노렸다. 이날 이승헌은 앞선 등판들과 달리 흔들림 없이 경기를 초반부터 풀어갔다. 1회와 3회, 각각 1점씩을 허용했지만 그 외에는 특유의 무브먼트가 있는 패스트볼과 주무기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져 경기를 풀어갔다. 움직임이 가미된 패스트볼(53개)은 최고 148km까지 찍혔고 체인지업(19개), 슬라이더(8개)도 정교하고 예리했다. 무엇보다 4회까지 볼넷이 전혀 없었다.
팀도 4-2로 리드를 하고 있었고 이승헌 본인만 5회를 잘 넘기면 승리 투수 요건을 획득할 수 있었다. 4회까지 투구수도 55개에 불과했다. 5회를 넘어 6회까지도 넘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승헌의 제구는 5회초에 갑자기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민수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헌곤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일단 구자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다소 위험천만했지만 행운이 따라주면서 2루 주자 김민수의 주루사를 이끌어냈다. 2사 1루로 5회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호세 피렐라, 오재일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스스로 승리 투수 자격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스스로 걷어찼다.
벤치도 이승헌의 승리 요건을 채워주려고 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이승헌이 회복되지 않자 4-2로 앞선 2사 만루 상황에서 이강준으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김동엽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이승헌의 자책점으로 기록됐고 승부도 4-4 동점이 됐다. 이승헌의 최종 기록은 4⅔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4실점. 이후 타선이 활발하게 터지며 승리를 거뒀지만 이승헌이 매듭짓지 못한 아웃카운트 1개는 스스로에게도 팀에도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기대주 이승헌은 지난해 미국 ‘드라이브라인’ 연수를 갔다온 뒤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구속은 상승했고 공의 움직임은 심화됐다. 하지만 첫 1군 무대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불의의 사고로 다시 재활을 해야 했다. 그래도 시즌 막판 돌아와서 선발진에 힘을 보태며 8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올해를 기약하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견딜만했던 오른손 중지 건초염이 더 심화됐다. 관리를 하면서 던져도 이전과 같이 강하게 공을 채지 못했다. 구속은 느려졌고 제구는 흩날렸다. 이후 2군에서 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뒤 페이스를 회복해 갔고 이날 삼성전에서 고비와 그동안의 역경을 극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시즌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넘겨야 했다.
그래도 희망적인 징조를 확인했다. 건초염 증상은 꾸준히 예후를 체크해야 하지만 시즌 초반만큼의 통증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기대하고 기다리는 지난해의 그 모습으로 이승헌은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