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배명고의 오타니로 불린 곽빈(두산)이 마침내 1군 무대서 꽃을 피우는 것일까.
최근 15경기 11승 3무 1패 승률 9할1푼7리의 무서운 상승세로 단숨에 4위까지 올라선 두산. 가장 큰 원동력은 선발야구의 부활이다.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이 동시에 떠났지만 아리엘 미란다-워커 로켓이 새롭게 원투펀치를 구축했고, 최원준이 최근 2년 연속 10승이자 데뷔 첫 선발 10승으로 토종 에이스의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후반기 선발 왕국 구축에 힘을 보탠 또 한 명의 선수. 바로 곽빈이다.
배명고 시절인 2017년 투타에 모두 능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로 불린 곽빈은 2018 두산 1차 지명과 함께 첫해 32경기 출전 이후 10월 수술대에 올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재활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며 2019시즌에 이어 2020시즌까지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잊혀진 곽빈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올해 4월. 당시 퓨처스리그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0.98의 호투 속 부진한 이영하, 유희관을 대신할 적임자로 낙점 받았고, 5월 1일 정식선수 전환 및 1군 등록과 함께 3년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다만, 데뷔 첫 선발승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거듭된 호투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은 그는 6월부터 매 경기 4사사구 이상을 허용하는 제구 난조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올림픽 휴식기를 비롯해 2군에서 절치부심한 곽빈은 후반기 다시 두산 선발진에 합류했다. 그리고 8월 24일 잠실에서 한화를 만나 5이닝 2실점으로 감격의 데뷔 첫 선발승을 맛봤다. 이는 4년 전 배명고 특급 곽빈을 소환하는 계기가 됐다. 제구가 되는 최고 154km의 직구를 앞세워 8월 29일 사직 롯데전부터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최근 등판이었던 17일 잠실 SSG전에서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인생투로 2승째를 신고했다.
변수에서 상수로 바뀐 곽빈.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김태형 감독은 “본인의 기량을 다 발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너무 잘해준다”고 흡족해하며 “이제 자신감이 생겨 150km 직구를 그냥 던진다. 과거에는 제구가 안 될까봐 구속을 140km 초반대로 줄였는데 그러면 경기 끝나고 남는 게 없다. 150km를 던지고 맞아야 느끼는 게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와 달리 마운드에서의 여유도 느껴진다. 김 감독은 “초반에는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 싸웠다. 올라가서 자기 공을 못 던지면 타자와 싸울 수 없다”며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고, 이제야 타자와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마침내 볼배합을 한다”고 덧붙였다.
입단 3년만에 1차 지명 클래스를 되찾은 곽빈 덕분에 두산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 판타스틱4(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에 버금가는 선발진을 구축하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릴레이 호투는 최근 15경기 1패라는 무서운 상승세로 연결됐다. 전반기에도 외인 듀오와 최원준은 제 역할을 해냈기에 곽빈의 가세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김 감독은 “후반기는 결과와 상관없이 본인의 공을 충분히 던진다. 곽빈의 직구는 우리 팀에서 가장 힘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자신감이 생기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제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