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 시즌 '역대급'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필두로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 등 1군 핵심 보직을 외국인 지도자들로 꽉 채웠다.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들을 데려와 한 시즌을 풀로 보내고 있지만 시즌 막판 뜻하지 않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일이 터졌다. 4회 두산 투수 최원준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 투구를 할 때 한화 덕아웃에서 소음이 나왔다. 이에 투수 최원준이 불만을 드러냈고, 두산 코칭스태프가 한화에 어필한 것이다.
이날 경기 전에도 강석천 두산 수석코치가 수베로 한화 감독을 만나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강 수석이 "한국에서 투수의 세트 포지션 때 소리를 내는 건 비매너 문화이니 자제를 부탁한다"고 요청했고, 수베로 감독도 자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사건을 계기로 한화 외국인 코치들의 덕아웃 소음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벤치를 자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에서도 텐션을 조금 낮춰달라는 말씀을 드렸다. 문화 차이가 있다. 점점 바뀌어갈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고참 선수들을 대거 정리한 한화는 어린 선수 위주로 팀이 재편되면서 젊은 활기가 넘친다. 외국인 감독과 코치들이 앞장서 분위기를 이끌면서 어느 팀보다 덕아웃이 시끌벅적하다. 외국인 코치진의 의도적인 오버 액션이란 시각에 대해 지난 8일 수베로 감독은 "어떤 의도를 갖고 하는 건 아니다. 문화 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남미에서 야구는 전쟁이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중남미와 달리 한국은 감정 표현을 자제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특히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내는 소리는 투구 방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은 "나와 코치들 모두 KBO리그 야구를 하러 왔다. 한국 문화에 맞춰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30년간 해오던 것들이 있다 보니 원래 스타일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해외에서 온 우리가 적응하고 맞춰야 할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어느 팀보다 외국인 코치진이 많다 보니 문화 차이를 단시간 극복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구단에서도 시즌 중반 심판 볼 판정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수베로 감독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의도야 그렇지 않더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는 만큼 한화 덕아웃에서도 보다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즌이 다 끝나가는데 언제까지 문화 차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