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한화 덕아웃 소음을 둘러싼 논란은 인종차별 문제로 번졌다. 상대 투수 세트 포지션 때마다 나온 한화 외국인 코치들의 소음에 화난 강석천 두산 수석코치가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국적을 가리키며 "베네수엘라 가서 야구하라 그래"라고 말해 논란이 확대됐다.
하지만 김태룡 두산 단장이 한화 구단에 사과 의사를 전했고, 강석천 수석코치도 내달 5일 대전 경기에 앞서 직접 사과할 예정이다. 수베로 감독 역시 강석천 수석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분 상하진 않는다.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야구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일이 커진 것 같은데 난 인종차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논란을 잠재웠다.
인종차별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한화 덕아웃 소음 문제가 끝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두산전에 일시적으로 일어난 소동이 아니라 시즌 내내 다른 구단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 문제다. 무관중 환경 탓을 하기에는 포수 옆에서도 '쉿쉿' 하는 소리가 잘 들린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국내 선수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도 덕아웃 소음에 스트레스를 호소할 정도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대전에서도 한 번 뭐라고 한 적이 있었다. 서로 오해 살 수 있는 부분은 안 해야 하는 게 맞다. 상대팀 오해를 살 수 있다면 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한화 덕아웃 소음과 관련한 물음에 "고척에서 우리 팀과도 일이 있었다. 민감한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문화 차이라 생각하고 싶다"며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외적으로 방해를 받는다면 심판을 통해 제지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도 문화 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선 투수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갈 때 소리를 내선 안 된다는 룰이 있다. 그동안 내가 해온 야구 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에 나온 실수다. 그 부분을 인정한다"고 사과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수베로 감독은 "사인을 알려주거나 어떤 의도를 갖고 소리 낸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KBO리그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 문화를 뛰어넘는 무엇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회가 된다면 감독자회의 같은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실수를 인정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재발 방지다. 유독 다른 외국인 감독 팀들에 비해 한화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 다른 팀들보다 외국인 코치 숫자가 훨씬 많고, 감정 표현에 적극적인 성향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시즌이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까지 문화 차이를 논할 순 없다. 구단 차원에서도 보다 세심한 설명이나 지도 편달이 필요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