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참 희한하다. 리그 타율 1위 타자가 9~10위 하위 팀들만 만나면 작아진다. 이정후(23·키움)가 KIA와 한화 앞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지난 10일 옆구리 부상에서 돌아온 뒤 26일까지 16경기에서 59타수 29안타 타율 4할9푼2리 맹타를 휘두르며 사사구 10개 포함 출루율이 5할3푼4리에 달했던 이정후의 기세가 이날 최하위 한화를 만나 한풀 꺾였다.
1회와 4회 연속 2루 땅볼로 물러난 이정후는 6회 우측 외야로 타구를 띄웠지만 워닝 트랙 앞에서 잡혔다. 8회 마지막 타석에는 좌측으로 높이 뜬 타구를 날렸다. 한화 좌익수 에르난 페레즈가 타구를 놓쳐 1루를 밟았지만 실책으로 기록돼 출루 기록은 아니었다. 부상 복귀 이후 첫 무출루 경기.

이정후는 올해 한화 상대로 12경기에서 46타수 13안타 타율 2할8푼3리를 기록 중이다. 나쁘지 않지만 시즌 타율 1위(.367)에 빛나는 이정후에겐 낮은 수치. 한화는 이정후를 상대로 유격수가 우익수 앞 외야에 위치하고, 3루수가 유격수 위치로 옮겨 3루 베이스를 비워두는 극단 시프트를 쓴다. 이런 수비 시프트로 이정후를 두 번 아웃시켰다.
극단 시프트를 의식했는지 한화전에는 이정후의 시원한 타구를 자주 볼 수 없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8일 경기 전 "한화가 유독 시프트를 강하게 한다. 선수 본인도 (강병식) 타격코치와 함께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시프트를 신경 쓰지 않고 투수와의 싸움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도 이정후는 시프트에 잡힌 타구가 없었지만 안타도 없었다.

한화전이야 시프트 영향으로 볼 수 있지만 9위 KIA전 부진은 미스테리에 가깝다. 이정후는 올해 KIA전 8경기에서 30타수 3안타 타율 1할에 불과하다. KIA는 팀 평균자책점 9위(5.15)로 마운드가 허약하지만 이정후는 기가 막히게 잡는다. 김유신, 김현수, 이민우가 나란히 3타수 무안타로 이정후를 봉쇄했다. 김유신은 삼진도 2개나 잡았다.
KIA-한화전 20경기에서 이정후는 76타수 16안타 타율 2할1푼1리에 불과하다. 반면 롯데(.526) KT(.424) 삼성(.423) 두산(.392) SSG(.383) LG(.343) NC(.333) 등 나머지 7개팀 상대로는 3~5할대 맹타를 휘둘렀다. 한화와 KIA전을 제외하면 이정후의 타율은 무려 4할대(.407)로 치솟는다.

이정후가 고전한 영향인지 키움은 한화-KIA전에 약했다. 한화전 5승7패3무로 열세가 확정됐고, KIA전도 7승6패로 근소한 우위. 키움은 29일 한화와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치른 뒤 30일~10월1일 광주 2연전 포함 KIA전을 3경기 남겨놓았다. 남은 대결에서 이정후가 타격 1위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