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허도환(37)-소형준(20)의 찰떡 배터리호흡. 17살 어린 동생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허도환의 ‘형님 리더십’이 그 비결이었다.
지난 28일 수원 두산전에서 3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로 승리를 견인한 포수 허도환. 그러나 이날은 투수 리드가 공격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22일 광주 KIA전에서 ⅓이닝 7실점 조기강판의 수모를 겪은 소형준의 5이닝 1실점(비자책) 반등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허도환의 신분이 주전이 아닌 백업이기에 이날의 공수 활약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허도환은 경기 전 소형준과 평소보다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는 “(소)형준이에게 투구수 신경 쓰지 말고 전력으로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라고 해줬다. 후회 없는 투구를 하라고 이야기했는데 투심이 효과적으로 들어가 좋은 결과가 나왔다. 사실 지난 두산전에서도 투심으로 좋은 결과를 내서 이 구종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형준이도 오케이를 했다”고 설명했다.

허도환은 2003년 두산 2차 7라운드 56순위 지명을 받은 뒤 2007년 1군에 데뷔해 15년차를 보내고 있는 37세 베테랑 포수다. 그런 그가 어떻게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2년차 소형준과 찰떡 호흡을 맞출 수 있었을까.
허도환은 “항상 투수들과 트러블 없이 좋게 가려고 한다. 투수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부분을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투수들이 이런 걸 싫어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비결을 전했다. “아마 투수들이 싫어했다면 벌써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라는 농담도 덧붙였다.
또한 올해는 주전 포수 장성우를 보고 후배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다. 허도환은 “(장)성우가 밖에서 후배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항상 투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본다”며 “나도 성우가 하는 걸 보고 그대로 배웠다. 후배 투수들을 잘 챙기다보니 이들과 교감도 하면서 사이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허도환의 노력이 어린 투수 소형준의 반등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소형준이 무려 17살 어린 동생이지만 결코 동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담대한 투구에 항상 입이 쩍 벌어지곤 한다.
허도환은 “(소)형준이는 대담하다. 그러니 작년 가을야구에서도 잘 던졌고 신인왕도 차지했다”며 “옆에서 보면 대견하다. 어린 나이에 좋은 걸 많이 갖고 있다. 작년보다 좋진 않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던지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