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 않아' 첫방, 엄기준→윤종훈 연기는 마라맛 현실은 순한맛 [어저께TV]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1.09.29 06: 54

배우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이 '해치지 않아' 첫 방송에서 강렬한 악역 뒤 순한 맛의 매력을 보여줬다. 
28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해치지 않아' 첫 방송에서는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의 힐링 휴가가 펼쳐졌다. 
'해치지 않아’는 드라마 속 악당으로 산 지 1년, 이젠 '나’로 돌아갈 시간을 찾은 국가대표 빌런 3인방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의 '본캐' 찾기 프로젝트를 그린 예능이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강도 높은 악역 연기를 선보인 세 사람이 전남 고흥에서 악역이 아닌 현실 속 모습을 선보이며 '힐링'을 찾고자 뭉친 것.

엄기준은 제작진과의 첫 만남에서 "'펜트하우스’에서 주단태로 1년 반 동안 촬영했다. 원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바다가 있는 나라로 가서 쉬다 오고 싶었는데 어디도 못 간다 이제는. 다 같이 모여서 서로 축하해주는 자리가 없는 게 제일 많이 아쉽다"라고 털어놨다.
그런 엄기준이 불러낸 두 남자가 바로 윤종훈, 봉태규였다. 봉태규는 "저희가 계속 그 얘기를 했다. 셋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이렇게 예능을 해본 적이 없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촬영 당시 윤종훈은 "그저께 촬영이 끝나서 2년 만에 머리를 잘랐다"라며 오랜만에 '펜트하우스' 속 악역이 아닌 새로운 모습에 들뜨기까지 했다. 이 밖에도 세 사람은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짐 없이 넘겼던 스타일을 뒤로하고 자유분방한 파마까지 한 엄기준과 짧게 자른 머리에 가르마를 바꾼 봉태규 등 외모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이 도착한 아지트는 폐가였다. 사람 발길 끊긴지만 8년, 잡초가 처마미까지 자랄 기세였고, 문풍지는 구멍이 다 뚫린 데다가 장판에 먼지가 수북했다. 낡은 안방과 그 옆으로 연결된 부엌, 냉장고 하나 간신히 있는 집에서는 집 안이어도 신발도 쉽게 벗을 수 없었다. 가스도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창고 건물에 푸세식 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충격을 더했다. 
윤종현은 "큰일 났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엄기준은 제작진에게 "여기까지는 생각 못했다. 처음에 들어올 때 수풀이 우거진 게 꼭 귀곡산장 같았다. 이 정도일 줄은 생각 못했다"라고 헛웃음만 지었다. 앞어 "아무데나 상관 없다. 허름할수록 재밌겠다"라던 봉태규조차 어쩔 줄 몰라했다.
세 사람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살림살이를 마련하기 위해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그마저도 한참을 차로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에 윤종훈이 '황금 막내'를 자처하며 생핌품부터 장판과 이불 등 당장 급한 잠자리 용품, 식품 등을 차례로 정리했다. 
장을 다 본 뒤에는 빠르게 짐을 정리하고 아지트를 정리하는 게 일이었다. 장판도 깔고, 창호지도 갈고, 음식도 하고, 설거지까지 해내야 하는 말 그대로 일이 산더미인 상황.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은 누구 하나 쉬는 사람 없이 일을 나눠 분업에 도전했다. 
도무지 쉴 틈 없는 상황에 봉태규는 "우리가 해침을 당하겠다"라고 하소연 했고, 급기야 "요 근래 애 보는 거 말고 제일 힘들어"라고까지 말했다. 이에 엄기준은 "'펜트하우스'보다 더 힘들어"라고 말한 뒤 "이게 무슨 힐링이야"라고 소리쳐 웃음을 자아냈다. 형들의 하소연에 윤종훈 또한 힘없이 웃으며 곡소리를 냈다. 
봉태규는 "무슨 이런 그지(?) 같은 프로가 다 있냐"라며 "여기 와서 한 게 노동 밖에 없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다리 한 개가 무너진 평상을 고치던 엄기준은 "내가 망치를 들고 못질을 얼마만에 한 지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사람만 죽여봤지"라고 악역 베테랑 배우의 너스레를 보여주기도. 
다만 그 와중에도 소소한 힐링은 있었다. 간신히 장판을 깔고 창호지를 문살에 바르며 하룻밤 잘 수 있는 환경은 만든 상황. 봉태규는 방바닥에 누우며 "너무 좋다. 그래도"라고 말했다. 엄기준 또한 자신의 나이 만큼 세월을 간직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장판도 하고 뿌듯하지"라며 동조했다. 두 사람은 "힐링이 이렇게 왔네 이제 잘 수 있게는 된 거 잖아"라며 웃기까지 했다. 
막내 윤종훈도 마찬가지였다. 형들과 함께 장판은 물론 살림꾼으로서 주방 정리를 도맡았던 그는 "모든 청소를 끝내고 장판 깔고 눕는 순간 마치 고시원에 있다가 제 공간을 처음 마련하고 들어갔을 때 느낌이 딱 들었다"라고 밝혀 뭉클함을 자아냈다. 노동을 마치고 비로소 힐링의 시간을 맞은 세 사람이 '해치지 않아'에서 어떤 시간을 선사할지 기대를 모은다. / monamie@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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