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공략, 부담없이 더 과감하게" 배짱 두둑한 롯데 투심볼러, 선발진 안착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0.02 11: 36

만 서른의 나이,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자 진리를 깨달은 뒤였다. 롯데 자이언츠 이인복(30)이 자신의 주무기를 갖고 두둑한 배짱을 갖고 선발 투수로 안착하고 있다.
이인복은 지난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 역투로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5일 고척 키움전, 6이닝 9피안타(1피홈런) 1사구 4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 당했지만 100개의 투구수로 경기를 마무리 지으면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그리고 이날 KT전 역시 5이닝 만에 내려왔지만 투구수는 62개(스트라이크 45개)의 초절전의 투구로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이른 교체는 전략적이었다고 봐야 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인복 /OSEN DB

이인복은 주무기 투심을 기반으로 KT 타자들의 배트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투심 43개, 포크볼 15개, 커브 3개, 슬라이더 1개의 구종을 던졌다. 투심과 포크볼이라는 비슷한 궤적이지만 낙폭과 스피드에서 차이나는 구종을 조합해서 공략했다. 8개의 피안타를 허용했지만 타자들의 몸쪽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파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며 땅볼 아웃 7개(뜬공 4개)을 유도했고 헛스윙과 느린 타구들을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났듯이 투심, 포크볼과 함께 이인복이 자랑하는 무기는 바로 몸쪽 코스 공략이다. 투심의 무브먼트를 활용해 우타자 몸쪽 코스를 찔러 넣는데 자신있다. 다만 좀 더 구석으로 찔러 넣으려다가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할 수 있고 어설프게 던졌다가는 가운데로 몰려서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보통 배짱이 아니고는 몸쪽 코스를 과감하게 찔러 넣을 수는 없다. 그는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친 뒤 “투심으로 몸쪽을 주로 공략하는데 몸에 맞는 공을 내줄 수 있다는 부담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뒤에 버티고 있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우타자 몸쪽으로 투심을 던져 땅볼이 나오면 주로 마차도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내 뒤에는 마차도라는 좋은 선수가 있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파고드는 것 같다. 안타가 될 수는 있지만 편하게 던진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날 이인복은 1회 1사 1루에서 황재균에게 몸쪽 투심을 던져 병살타로 유도했다. 마차도 쪽으로 향했다. 백미는 5회였다. 이인복의 공격적인 투구에 강밸호와 김민혁이 모두 3구 이내에 타격하면서 안타로 이어졌고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인복은 황재균에게 바깥쪽 투심과 포크볼로 눈을 현혹시킨 뒤 몸쪽 투심을 던져 공 3개 만에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유한준에게도 다시 몸쪽을 던져 3루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잘 맞긴 했지만 배트 안쪽에 맞으면서 타구가 뜨지 않았고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이어진 좌타자 제러드 호잉을 상대로도 몸쪽 공략을 이어갔다. 투심 대신 이번에는 포크볼을 집요하게 던졌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무사 1,2루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왔다. 그는 “좌타자 상대로 약한 모습이 있었고 투심이나 포크볼 궤적이 덜 먹히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 좌타자들 스윙 궤도가 어퍼스윙인 것도 감안해서 몸쪽을 많이 던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호잉을 삼진으로 잡은 원동력이기도 했다.
몸쪽과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선발 투수로 효율적인 투구를 이어갔고 선발진에 안착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래리 서튼 감독은 “이인복이 선발로 좋은 모습 보여줬다. 양질의 투구를 많이 던지며 맡은 역할 훌륭히  잘해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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