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를 쟁취했다".
요즘 한화 이글스에서 빛을 내는 보석이 있다.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1루수 이성곤(29)이다. 9월들어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이며 상승세에 올랐다. 주인없는 1루까지 꿰찼다. 선수와 팀이 모두 이득이되는 성공적인 트레이드가 됐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1루를 쟁취했다"고 축하했다.
이성곤은 지난 6월 25일 삼성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이적후 성적은 부진했다. 두 경기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7월에는 3경기에서 9타수 3안타를 때렸지만 그대로 올림픽 휴식기에 들어갔다. 8월은 13경기에 출전했으나 2할3푼3리, 2타점에 그쳤다. 삼진만 10개 당했다.

이 정도의 성적이면 주전이 어렵고 2군도 내려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수베로 감독은 실망했다. 지난 2일 광주 KIA전에 앞서 "처음왔을때 선구안은 좋아 흥미로웠다. 그러나 파워 툴과 체격에 비해 스윙과 타석에서 어프로치가 단타를 치려는 모습을 보여 아쉬웠다. 솔직하게 말하면 2군으로 보내는게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2군행을 막은 이가 나타났다. 조니 워싱턴 타격고치였다. 수베로 감독은 "타격코치가 나에게와서 '포텐셜이 있으니 기회를 주자'고 말했다. 롯데전에서 프랑코를 상대한 이후 좋은 모습을 보였다. 1주일 정도 꾸준히 스타팅으로 내보내면 좋아질 여지가 보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성곤은 9월부터 환골탈태했다. 10월 2일까지 86타수 27안타 타율 3할1푼4리를 기록 중이다. 홈런은 1개에 그쳤지만 6개의 2루타를 생산했다. OPS .817를 기록했고, 타점도 17개나 만들어냈다. 주전 1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타석에 서면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기회를 주었는데 잘 잡았다. 그동안 1루 포지션에 여러 선수들이 시도를 했는데 이성곤이 쟁취했다. 기회를 잡아주어 팀의 뎁스를 늘렸고, 본인의 경력에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 워싱턴 코치와 수석코치(대럴 케네디)에게 공을 돌리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성곤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코치와 감독을 잘 만난 셈이 됐다. 2군으로 보내려는 감독에게 당당히 추천하는 코치, 또 받아들이고 기회를 준 감독이었다. 수베로 감독의 말대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려낸 이성곤의 능력도 박수를 받을 대목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