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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서건창 대기록' 희생양...불운의 아이콘? "남들 못해 본 경험 다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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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홍지수 기자] “불명예 기록들? 불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SSG 랜더스 전력분석원으로 지내는 채병용(39)은 자신의 현역 시절을 되돌아보며 “불운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채병용은 현역 유니폼을 벗은지 2년 만에 은퇴식을 치렀다. 지난해 은퇴식을 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다. 불가피하게 미뤄진 은퇴식. 채병용은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지내다 오랜만에 과거를 되돌아봤다.

[OSEN=인천,박준형 기자]채병용이 마운드 키스 후 발판을 만지고 있다.   2021.10.03 / soul1014@osen.co.kr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 시즌 15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채병용은 현역 시절 자신에게 붙어 다니던 별명들을 생각하면서 ‘불운의 아이콘’에 대해 입을 열었다.

채병용은 기록의 희생양이 된 날이 많았다. 지난 2014년 10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경기에서 서건창에게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200안타 신기록을 내줬다. 이게 전북 아니었다. 이날 유격수로 뛰던 강정호에게는 커브를 던졌다가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역대 최초로 유격수 40홈런 기록이 나온 순간이었다.

채병용이 하루에 200안타, 유격수 최초 40홈런 기록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시간을 더 되돌려보면 2009년, 채병용은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은 기억도 있다. 분명 그에게는 쓰린 기억이다.

채병용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날 김원형 감독님이 몸을 풀고 계셨다. 나는 등판 스케줄이 없었는데, 당시 김성근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다. 김성근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이셨고,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게 됐다. 그리고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홈런 타구가 날아간 방향 반대로 몸을 틀었는데, 동료들이 주저 앉아있더라. 너무 미안해서 울기만 했다”며 ‘아픈 추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쉬운 기억만 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잠실에서 불펜에 있을 때 스파이크도 안 신고 있다가 마운드에 올라가게 됐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신월중-신일고를 나와 지난 2001년 2차 6라운드 34순위로 SK(현 SSG)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 든 채병용은 통산 451경기에서 84승 73패 22세이브 29홀드,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손꼽히는 기록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SK 왕조를 만들었던 구성원이었다.

아쉬운 기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 1군 무대에서 오래 뛴 만큼, 좋은 기억, 추억도 있다. 채병용은 “불운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던지라고 기회를 얻었다. 2군에만 있었다면, 얻어맞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그런 기록도 있는 것이다”고 했다.

‘마당쇠’, ‘돌직구’ 등 많은 별명이 따라다니던 채병용이다. 그만큼 현역 시절,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다. 그는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다 해봤다. 2007년에는 한국시리즈 승리투수(당시 두산과 6차전)가 되기도 했다. 또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세이브(당시 두산과 4차전)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끝내기 홈런 허용까지 다 해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채병용 본인 말대로 프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그만큼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과 쓰린 기억 모두 안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평생 내 이름이 회자될 텐데, 아무나 경험하지 못하는 기록들이다”고 했다.

채병용은 이날 SSG와 KT 위즈의 시즌 15차전이 끝나고 “20년 가까이 야구를 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모든 구단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를 선수로 이끌어 주고 잘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모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힘들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항상 옆에서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코치님들 감사 인사 드린다”고 전했다.

/knightji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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