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뤘다. 한화 신인 투수 배동현(24)이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의 몫까지 해내며 데뷔 첫 승을 올렸다.
배동현은 5일 대전 두산전에 2-1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 구원등판, 2이닝 동안 안타 없이 볼넷 2개만 주며 3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9회 우익수 김태연의 끝내기 홈 보살로 한화의 4-3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배동현의 프로 데뷔 첫 승도 완성됐다. 올해 1군 데뷔 15경기 만에 거둔 감격의 첫 승.
배동현 혼자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경기 후 배동현은 고마운 사람으로 "부모님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감사하다"면서 2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 김성훈을 이야기했다. 2017~2019년 한화에서 투수로 활약한 김성훈은 불의의 사고로 만 21세 어린 나이에 눈을 감았다.

배동현은 "제가 등번호 61번을 단 이유는 성훈이다. 첫 승을 하니 성훈이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동네에 살았고, 고등학교(경기고)를 같이 다니면서 많이 친해졌다"며 "성훈이를 생각하니 첫 승이 더욱 남다르다. 성훈이 몫까지 하려면 한참 멀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1995년 OB 주전 유격수로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김민호 LG 수비코치의 장남으로 2017년 한화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한 김성훈은 최고 149km 강속구를 던진 유망주였다. 데뷔전이었던 2018년 7월22일 대구 삼성전에서 5⅓이닝 6탈삼진 1실점 깜짝 호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1군 2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안았다. 2019년 11월 사고사로 유명을 달리 했고, 프로 첫 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김성훈에겐 배동현이 있었다. 친구가 첫 승 꿈을 대신 이뤄줬다. 한일장신대를 거쳐 올해 2차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배동현은 지명 순간부터 이를 운명으로 여겼다. 친구가 뛰던 팀에 입단했고, 박상원의 군입대로 친구가 쓰던 등번호 61번을 넘겨받았다. 지난 1월 신인 캠프에서 배동현은 "성훈이가 뛴 한화에 와서 좋다. 61번 등번호까지 받아 감사하다. 성훈이 몫까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의리가 남달랐던 배동현은 그 약속을 지켰다. 4월말 1군 데뷔 후 선발 4경기 포함 9경기에 나섰던 배동현은 6월초 2군에 내려간 뒤 조정기를 거쳤다. 지난달 중순 1군 복귀 후 6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 구속이 오르면서 특유의 공격적인 피칭이 빛을 발하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배동현이 중간에서 굉장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선수가 성장했다는 부분이 가장 고무적이다. 힘든 시기가 있어 서산도 내려갔다 왔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이 나아졌고, 본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데뷔 첫 승 축하한다"고 칭찬했다.
배동현은 "2군에서 코치님들과 형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 심적으로 편해졌다. 뒷다리가 무너지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폼도 수정했다. 구속도 조금 올랐다"며 "시즌 초반 몸은 준비돼 있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되다 보니 몸도 따라주지 않았다. 2군 감독님과 코치님들 덕분에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발과 구원 보직은 따지지 않는다. 팀에 도움만 된다면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다. 시즌이 몇 경기 안 남았는데 컨디션 잘 유지해서 1군에 오래 남아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