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후반기 타격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었던 시즌 초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심우준은 지난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11차전에 9번 유격수로 출전해 5타석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득점권 해결능력이 아쉬웠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5회 2사 만루서 2루수 땅볼로 찬물을 끼얹었고, 마지막 4-4로 맞선 9회 2사 1, 2루서도 3루수 땅볼에 그치며 경기를 그대로 종료시켰다. 물론 두 차례의 희생번트도 있었지만 동시에 두 차례의 결정적 찬스를 놓치며 무승부를 간접적으로 야기했다.
사실 심우준은 전반기 때만 해도 KBO리그에서 공격력이 가장 뛰어난 유격수였다. 지난해 타율 2할3푼5리의 부진을 만회하고, 2020 도쿄올림픽에 승선하고자 오프시즌 ‘양신’ 양준혁 해설위원의 아카데미를 직접 찾아 선진 타격 기술을 터득했고, 이에 힘입어 6월 11일 한화전 3안타로 타율을 무려 3할1푼7리까지 끌어올렸다. 심우준은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승선 직전 유격수 타율 1위(선발 출전 기준)였다.

그러나 최종엔트리에 심우준의 이름은 없었다. LG 오지환과 키움 김혜성에 밀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올해 성적으로만 보면 심우준이 선발되는 게 맞았지만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경력, 수비력, 멀티포지션 소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지환, 김혜성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그러나 심우준은 탈락 이후에도 한동안 좋은 감을 유지하며 6월 월간 타율 3할1푼1리를 기록했다.
심우준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 7월. 도쿄행 불발의 상처가 컸던 것일까. 7월 7경기서 타율 5푼의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8월 들어 다시 월간 타율 2할9푼4리로 반등하는 듯 했지만 9월 타율 2할3푼5리로 다시 타격감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10월까지 부진이 이어지며 최근 10경기서 좀처럼 믿기 힘든 타율 8푼(25타수 2안타)을 쳤다. 심지어 이 기간 득점권타율은 7타수 무안타 타율 0이다. 그 결과 시즌 타율도 어느덧 2할6푼2리까지 떨어졌다.
3할을 치던 9번타자의 침묵은 타선의 응집력 약화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9번타자가 9번답지 않은 타격을 선보이며 자신이 직접 득점권 상황을 해결하거나 상위타선으로 물 흐르듯 기회를 연결시켰지만 지금은 그가 등장했을 때 이전보다 기대치가 사라진 게 사실이다. 사령탑도 최근 들어 주자가 있을 때 심우준에 번트를 지시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결국은 심우준 본인이 간절했던 전반기의 그 마음을 되찾는 수밖에 없다. 냉정히 말해 지금 당장 그를 대체할만한 자원이 없고, 전반기서 독기를 품었을 때 3할을 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이강철 감독마저 시즌 초반 심우준의 달라진 모습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
남은 20경기서 국가대표를 향한 열정을 팀의 창단 첫 우승에 쏟아부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반기 개인 성적에 신경썼다면 이젠 팀을 위해 헌신할 차례다. 사실 개인이 잘해야 팀도 잘되는 법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