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8월22일 1~2군 타격코치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1987년 신인왕, 1991~1992년 2년 연속 타격왕에 빛나는 '악바리' 이정훈(58) 퓨처스 타격코치가 1군에 올라왔다. 당시까지 두산은 5위에 3.5경기차 뒤진 7위로 가을야구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정훈 타격코치가 올라온 8월22일이 변곡점이 됐다. 이날부터 두산은 22승13패4무로 이 기간 리그 최고 승률(.629)을 기록 중이다. 팀 순위도 7위에서 4위로 올라오며 포스트시즌이 눈앞에 왔다. 기록은 보직 변경 전후로 큰 차이가 없지만 '악바리 정신'으로 유명한 이정훈 코치의 열정으로 덕아웃 공기가 바뀌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파이팅이 넘치신다. 분위기가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코치 가세 이후 성적이 상승한 타자 중 한 명이 외야수 김인태(27). 시즌 초반 주전으로 도약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던 김인태는 5월 이후 페이스가 완만하게 꺾였다. 8월21일까지 79경기 타율 2할5푼6리 5홈런 24타점 OPS .759. 하지만 이 코치가 올라온 8월22일부터 33경기 타율 3할8리 3홈런 18타점 OPS .859로 반등했다. 정수빈의 부활로 줄어든 출장 기회 속에서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6일 대전 한화전이 하이라이트였다. 1-3으로 뒤진 9회 2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온 김인태는 한화 구원 강재민의 6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월 스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비거리 110m, 시즌 8호 홈런. 승부를 가른 역전 결승포로 두산을 3연패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 뒤에 이 코치의 "준비!"라는 덕아웃 외침이 있었다.
경기 후 김인태는 "이정훈 코치님은 항상 준비를 강조하신다. 어떤 타석에서든 투수를 상대하기 전 준비가 잘 돼야 좋은 타구를 칠 확률이 높다고 말씀하신다. 오늘도 (덕아웃에서) 소리를 막 지르시더라. 그게 도움이 됐다. 들리는 말은 '준비, 준비'밖에 없는데 타격할 때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인태는 이 코치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2010~2012년 천안북일고 재학 시절 감독이 이 코치였다. 김인태가 2013년 두산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하고, 이 코치가 한화 퓨처스 감독과 스카우트팀장을 거쳐 올해 타격코치로 두산에 오면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9년 전 고교 은사를 프로 코치로 재회한 것이다. 김인태는 이 코치에 대해 "고교 감독님일 때는 무서웠다. 정말 무서우셨다"며 "시간이 흐르고 오랜만에 프로에 오셔서 그런지 조금은 유해지신 면이 있다. 지금은 저도 편하게 다가가려 노력한다"고 웃어보였다.
김인태의 한 방으로 두산은 한화에 연이틀 덜미를 잡힐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가을 DNA가 재현됐다. 김인태는 "희한하게 우리 팀이 가을에 잘한다. (정)수빈이형을 보면서 더 느낀다. 가을이 되니까 확실히 다르더라"며 정수빈과 경쟁에 대해서도 "프로는 잘하는 사람이 나가는 게 당연하다. 제가 더 준비하고, 집중해서 잘해야 한다. 수빈이형이 워낙 잘해서 저도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 서로서로 잘해야 팀도 좋아진다"는 말로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