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특급 불펜' 강재민(24)의 시즌 첫 피홈런이 9회 투아웃에 나왔다. 파울팁 삼진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경기가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강재민의 연속 무피홈런 행진도 55경기 61⅔이닝 260타자로 마감됐다.
한화는 지난 6일 대전 두산전에서 3-4 역전패로 졌다. 9회 투아웃까지 3-1로 앞서 승리를 거의 눈앞에 뒀지만 2사 1,2루에서 두산 대타 김인태에게 뼈아픈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홈런을 내준 투수가 강재민이라서 더 충격이었다. 강재민은 시즌 첫 피홈런과 함께 첫 패전을 당했다. 평균자책점도 1점대(1.85)에서 2점대(2.14) 상승. 평균자책점이 전반기 1.04에서 후반기 5.17로 눈에 띄게 나빠졌다.
강재민에겐 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홈런을 맞기 전 볼카운트 1B-2S에서 강재민의 4구째 슬라이더에 김인태가 배트를 돌렸지만 파울이 나왔다. 타구는 한화 포수 최재훈의 미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최재훈이 잡았다면 파울팁 삼진으로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파울이 된 공은 최재훈의 미트를 맞고 땅에 떨어졌다. 그 순간 강재민과 최재훈이 동시에 몸을 크게 들썩이며 아쉬워했다. 워낙 빠르게 굴절된 타구였고, 동물적인 반사 신경이 아니면 잡기 어려웠다. 포수의 잘못이 아니라 운의 영역이었다.
결과적으로 한화와 강재민에겐 불행의 징조였다. 김인태는 5구째 몸쪽 슬라이더에 다시 파울을 쳤지만 6구째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월 스리런포로 장식했다. 한화 우익수 김태연이 펜스 끝까지 따라갔지만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 110m, 시즌 8호 홈런.

경기 후 김인태는 파울팁이 될 뻔한 상황을 떠올리며 "진짜 죽다 살아났다. 한 번 더 기회를 받으면서 저한테 기운이 있구나 생각했다"며 "상대가 좋은 불펜투수라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쳤다. 근래 타이밍이 계속 늦어 빠른 공에 대처하면서 치려고 한 것이 운 좋게 넘어갔다. 타구 거리를 봤을 때 홈런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탄도를 보니 넘어갈 수 있겠다 싶은 각도였다. '넘어가라, 넘어가라' 하면서 뛰었는데 넘어갔다"고 말했다.
강재민에겐 시즌 첫 피홈런이었다. 지난해 10월23일 대전 NC전 7회 양의지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이후 348일 만에 허용한 홈런. 61⅔이닝 260타자 연속 무피홈런 행진이 종료된 순간이었다. 경기 기준으로는 55경기 연속 무피홈런이 끝났다. 이날 등판 전까지 올 시즌 53경기 58⅓이닝 무피홈런이었던 강재민은 역대 5번째 단일 시즌 60이닝 무피홈런 기록도 무산됐다.
한편 KBO리그 역대 최다 연속 무피홈런 기록은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 갖고 있는 319⅓이닝. 해태 왕조 시절이었던 지난 1989년 5월9일 대전 빙그레전(3회부터)을 시작으로 1990년 9월25일 광주 무등 태평양전(3회)까지 무려 1년5개월가량 1186타자를 상대로 홈런을 1개도 맞지 않았다. 기록이 끊긴 날은 1990년 시즌 최종전으로 당시 태평양 포수 김동기에게 허용했다. 그 홈런만 아니었다면 190⅓이닝 무피홈런 시즌이 될 수 있었다. 역대 단일 시즌 최다 이닝 무피홈런 기록은 1988년 OB 최일언의 115⅔이닝이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