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르가 된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출연해달라고 의뢰한다면, 못 하겠다고 거절할 배우들은 아마 많지 않을 듯하다.(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만의 세계관을 체험하고 싶기 때문일 터. 다른 감독들과의 작업에서 체험해 보지 못했던 방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테다.
지난 7일 봉 감독이 밝힌 ‘캐스팅론’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연기력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스페셜 대담에서 “연기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밝혔다.
배우들이 봉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춰야 하는 게 1순위.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미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봉준‘호’에 탑승할 수 있는 비결을 그가 직접 알려줬다.

이날 그는 “저는 배우를 캐스팅할 때 사무실에서 시나리오 한 장을 주며 갑자기 ‘연기를 해보라’고 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통의 감독들이 신인 배우 및 경력이 낮은 배우들의 오디션을 진행할 때 연기톤을 살피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시간이 부족한데 지원자들이 많을 경우나 작품 속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어울리는 인물에 배정하기 위해 이런저런 대사를 시켜보는 것이다.
어떤 작품에선 그게 좋은 방법일 수 있겠지만 봉준호 감독은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30분이든, 1시간이든 얘기를 한다. 연기는 배우가 했던 연극이나 출연작을 보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이 ‘콜’을 했다면, 이미 그가 당신의 전작을 보고 난 후이기 때문에 연기면에서 이미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그에게 ‘진정한 만족감’을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 또 있다. 해당 작품의 기획의도 및 캐릭터를 철저히 파악해 예상 밖 연기를 펼쳐야만 하는 것.
봉준호 감독은 “내가 계획하고, 상상한 것을 배우가 정확히 표현해 주길 바라고 동시에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걸 갑자기 보여줘서 날 놀라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도 “배우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힌 걸 보니, 기본적인 연기력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갖춰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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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