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홈런’ 대기록 잊고 전수하는 노하우 “친구처럼 다가가려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0.08 14: 06

통산 350번째 홈런을 친 롯데 이대호 /OSEN DB
350홈런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대기록은 잊고 곧장 노하우 전수에 나섰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9)는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1-1로 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홍건희의 136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재역전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이대호는 KBO 통산 350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승엽(467개), 최정(398개), 양준혁(351개)에 이은 역대 4번째 대기록이다. 지난 주 통산 2000안타에 이어 2주 연속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대호 350번째 홈런, 이후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롯데는 7-2로 대승을 거두며 5강을 향한 불씨를 계속해서 당겼다.
그러나 이대호의 대기록만큼이나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경기 중 이대호는 덕아웃 옆에서 훈련 중인 외야 유망주 추재현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는 모습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대기록의 기쁨은 잊고 곧바로 경기 출장을 준비하는 유망주를 향해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 이대호의 새로운 역할이었다.
사실 이대호는 과거 카리스마 넘치는 군기반장이었다. 과거 롯데의 ‘캡틴’이었던 조성환과 홍성흔 모두 “대호 덕에 주장을 편하게 했다”고 말할 정도로 엄한 선배였다. 고참급과 당시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악역’을 자처했다. 스스로도 “장난치기 쉬운 선배는 아니다”, “나는 어려운 선배였다”라고 말하며 살가운 캐릭터는 아니었음을 인정하곤 했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치고 KBO리그로 돌아오자마자 지난 2017~2018시즌 2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직접 선수단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손아섭, 민병헌 그리고 올해 전준우가 주장을 맡는 사이 이대호는 뒤로 빠졌고 엄한 선배’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뒤에서 격려하고 파이팅을 외치며 때로는 익살스러운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 메이커가 됐다. 포수 안중열은 “대호 선배 먼저 파이팅 해주고 계시다”라는 말로 현재 이대호의 역할을 전했다.
1군 선수단에 경험과 가르침이 필요한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 선수들에게 ‘리빙 레전드’ 이대호만한 선생님은 없다. 성장통을 겪는 선수들에게 ‘전설’의 한마디는 위안이자 에너지가 된다. 이대호가 친근한 모습으로 후배들 앞에 서자 후배들 역시 이대호를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고 다가서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후배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젠 (전)준우에게 뭐라 할 수 있는 건 맡기고 난 장난을  많이 친다. 친구처럼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라면서 “이제는 많은 후배들이 서슴없이 다가온다. 가장 고참이고 오랫동안 해서 사실 장난 치기 쉬운 선배는 아니다. 그래서 아직 내 주위를 멤도는 후배도 몇 명 있다. 그래도 이젠 말을 잘 거는 편이다”라고 현재 후배들과의 관계를 전했다.
추재현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는 이대호 /MBC스포츠플러스 중계방송 캡처
이날 추재현과의 원포인트 레슨과 관련해서는 “시즌 초반 (추)재현이가 ‘어떻게 공을 세게 칠 수 있냐’고 조언을 구했다. 난 풀스윙 스타일이 아니라 공 면을 때리는 걸 이야기해줬다”라며 “그러더니 한 달 정도 이해 못했는데 아까 와서는 이해가 가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공을 정확하게 중심을 맞히는 게 아닌 중심보다 밑에 쳐서 공 회전력으로 멀리치는 연습을 하라고 말해줬다”라고 원포인트 조언의 내용을 귀띔했다.
추재현이 이대호의 조언을 경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곧장 찾아왔다. 8회초 1사 후 지시완의 대타로 출장할 예정이었지만 두산이 좌투수 이현승을 투입하자 롯데도 곧장 추재현을 빼고 안중열을 다시 대타로 내세웠다. 추재현은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이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추재현은 구단도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 올해 79경기 타율 2할6푼8리(228타수 61안타) 4홈런 23타점 32득점 OPS .72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물론 추재현 외에도 롯데는 이대호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원하는 유망주들이 있다. 그리고 최고참 이대호는 젊은 선수들을 향한 문을 언제든지 열어두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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