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우주의 기운을 느꼈다".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은 조심스럽다. 1위 KT 위즈와 3.5경기 차 3위이다. 7일 경기를 마친 현재 22경기가 남아 있다. KT 보다 4경기 더 치른다. 막판 1경기 추격도 어렵다고들 하지만 충분히 역전 가능성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령탑이라면 기적의 역전극을 머리에 그릴 수 밖에 없다.
LG는 7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귀중한 1승을 했다. 특급 외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보 다카하시를 공략해 8점을 뽑아냈다. 3회가 되자 초구부터 컨택위주의 적극적인 스윙, 상대의 수비를 교란시키는 기습번트 2개로 승기를 잡았다. 역전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류 감독은 "우승에 대한 감독의 멘트 혹은 욕심을 부리다보면 선수들 부담을 느낀다. 하루하루 우리의 플레이를 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승차나 순위 잘 안보려고 한다. 본다면 승부에 연연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감독이 우승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생각을 밝힌다면 오히려 선수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급하면 정상적인 스윙과 타격이 되지 않고, 목표는 멀어지게 된다. 매사에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면서도 '우주의 기운'을 거론하며 에둘러 역전의 희망을 이야기 했다. 류 감독은 "(김기태 감독 시절이었던) 2013년이었다. 그때 우리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때는 정말이지, 우주의 기운이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며 웃었다. 당시 LG는 중반까지 7위까지 떨어졌으나 기적의 행보로 가을야구를 했다.
류 감독은 웃으면서 "현재 1~3위 팀이 선두경쟁를 하고 있고, 5위 경쟁도 상당히 뜨겁다. 그런데 (KT, 삼성, LG) 상위 경쟁 팀들 가운데 아직까지는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있는 팀은 없는 것 같다. 분명히 2013년 처럼 우주의 기운이 올 때가 있을 것이다"고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실제로 10월들어 치고 나가는 선두권 팀이 없다. KT는 2승3패2무로 뒷걸음을 하고 있고, 2위 삼성은 3승3패를 기록중이다. LG도, 3승3패1무, 승률 5할을 맞추고 있다. 결국은 '우주의 기운'을 받는 팀이 마지막에 웃을 것이다. 우주의 기운을 받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감독의 마음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