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거포의 부재로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던 두산 타선. 그러나 4번만 가면 침묵하던 쿠바산 안타머신이 혼자 3타점을 쓸어 담으며 공백을 메웠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앞서 4번타자 김재환의 선발 제외 소식을 전했다.
사유는 부상. 하필이면 목 부위에 통증이 찾아와 타격에 지장이 생겼다. 김 감독은 “목 쪽이 조금 좋지 않아 선발이 힘들다”며 대타 출전 여부와 관련해서도 “상태를 조금 봐야 한다. 목 근육이 올라와서 방망이 치는 게 불편할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잠실 거포’ 김재환은 9월 타율 3할4푼3리 5홈런 2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가을 대반격을 이끌었지만 10월 들어 타율이 1할8푼2리로 주춤한 상태였다. 이날 부상과 더불어 한 차례 휴식이 부여된 것으로 보였다.
이에 2번을 주로 담당하는 호세 페르난데스가 4번을 맡게 됐다. 사실 조금은 우려가 되는 라인업이었다. 올 시즌 타율 3할3푼8리 6홈런 맹타를 휘두른 2번 타순과 달리 4번에서는 타율 1할9푼4리 1홈런으로 침묵했기 때문. 사실 페르난데스는 2019년 두산 입단 때부터 4번은 자기 옷이 아니었다. 두산 또한 김재환이 있기에 또 페르난데스를 앞쪽에 배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2회 2루수 땅볼로 방망이를 예열한 페르난데스는 0-1로 뒤진 4회 무사 만루서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4회 3득점 역전을 뒷받침했다. 시즌 만루 타율 3할6푼4리의 데이터를 그대로 입증했다.
페르난데스의 진가는 세 번째 타석에서도 드러났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6회 무사 1, 3루서 등장해 승기를 가져오는 2타점 2루타를 날린 것. 1B-2S의 불리한 카운트였지만 최영환의 포크볼(133km)를 제대로 받아쳐 좌중간 외야를 갈랐다.
페르난데스는 이후 8-2로 앞선 7회 1사 1, 2루서 볼넷을 골라내며 3출루를 완성했다. 이날은 최근 10경기 타율 3할4푼2리의 기세가 4번 약세를 집어삼켰다.
두산은 새 4번타자 페르난데스의 3타점에 힘입어 롯데를 꺾고 전날 하루 2패를 설욕했다. 쿠바산 안타머신이 잠실거포를 잊게 한 한판이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