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합니다" 40살 포수 각별했던 9회, 뭉클했던 가족의 응원 [오!쎈 광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10.09 08: 06

"존경합니다".
지난 8일 광주-챔피어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승부를 내지 못하고 2-2로 끝났다. 9회말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마지막타자 최원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LG는 7번째, KIA는 8번째 무승부였다. 양팀 감독이나 선수들에게는 아쉬운 무승부였다.
LG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도열해 응원해준 원정 관중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LG 40살 포수 이성우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날 자신의 경기를 보러온 아내와 두 아들, 장인 장모님까지 가족들에 대한 인사였다. 가족들도 두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아빠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첫째 찬휘(오른쪽)와 둘째 준휘.

의미가 있는 인사이자 응원이었다. 2000년 LG 육성선수로 입단해, SK를 거쳐 KIA로 이적했다. SK로 돌아갔지만 LG로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는 등 곡절있는 선수생활을 해왔다. 가족을 위해 성실한 야구인생을 살아왔다. 나이 마흔, 아쉽지만 접어야 하는 시기. 올해를 끝으로 현역 생활에서 물러난다. 마지막으로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광주의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수도권 구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관중 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홈인 잠실구장에서는 남편과 아빠의 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그래서 마침 제2의 고향인 광주의 마지막 원정 경기에 초대를 했다. 7일 경기는 벤치를 지켰지만 이날은 마지막 9회말 수비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류지현 감독의 배려였다.
아내 나보리씨와 가족들.
아빠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했던 6살 찬휘, 4살 준휘의 얼굴이 환해졌다. '성우아들'. 성우두찌'라고 새겨진 LG 유니폼 상의를 입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이성우는 고우석을 노련하게 리드해 아웃 카운트 세 개를 가볍게 잡았다. 아빠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포수 아빠나 가족에게는 짧았지만 각별한 1이닝이었다.
이성우는 경기후 "수도권은 무관중이 풀린다면 무조건 홈경기에 초대하겠지만 지금으로는 쉽지 않다. 어쩌면 가족들 앞에서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지막일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가 야구선수로 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내 나보리씨와는 KIA 시절 광주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존경스러운 남편이다. 다정다감하고 집에도 잘하고 가정적이다. 부모님에게도 잘한다. 운동선수로 봤을 때 한번도 지각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성실함 하나 보고 결혼했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항상 든든하고 고마웠다. 저희 때문에 떨어져 힘든 운동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KIA 시절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 30대 초반에는 힘들어했다. '괜찮다고 부담갖지 말고 포기 않고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말해주었다. (2019년) 끝내기 안타 쳤을때 가장 기뻐했었다. 가족으로 야구장에 오면 응원하는 소리보다는 다른 말이 많이 들려 속상했다. 힘들게 운동하고 있구나라고 생각에 더 고맙고 미안했다"며 선수 가족의 애환도 들려주었다. 
2019년 6월21일 잠실 KIA전에서 9회말 대타 끝내기를 터트린 이성우./OSEN DB
두 아들의 야구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첫째는 "아빠는 항상 놀아주는게 좋아요"라면서도 "야구를 하고 싶어?"라는 질문에 머리를 흔들었다. 나보리씨는 "매일 집에 들어오는 아빠를 하려면 야구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짠하게 바라보았다. 반면 둘째는 "아빠가 야구를 함께해주어 좋아요. 나도 야구하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단란하고 소중한 가족은 은퇴를 앞둔 40살 포수에게 살아가는 진정한 힘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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