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③] '남매의 여름밤' 감독 "봉준호 감독님 특별 언급 감사해"(26th BIFF)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10.09 18: 49

 (인터뷰②에 이어) ‘남매의 여름밤’은 윤단비 감독의 섬세하고 여린 성격이 돋보인 영화다. 옥주와 동주 남매를 비롯해 할아버지, 아빠, 고모 등의 한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 추억을 자극한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일상적으로 흘러가지만 왠지 모르게 그립다. 그게 돌아가신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어렸을 때의 나와 동생, 혹은 추억을 자극하는 골목길, 2층 양옥집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로테르담국제영화제(2020)에서 밝은미래상을, 무주산골영화제(2020)에서 뉴비전상을 수상했으며 BIFF(2019)에서는 무려 4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해 봉준호 감독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매의 여름밤’을 언급하며 재미있게 봤다고 언급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이 공식석상에서 여러 번 언급했던 것을 직접 봤느냐’고 질문하자 “봉준호 감독님이 바쁘실 텐데 독립영화인 ‘남매의 여름밤’을 챙겨보시고 적극 지지해 주셔서 감사했다. 이 영화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신 거 같다. 특별 언급을 하며 챙겨주려고 하신 마음이 느껴져 감사했다”고 답했다.
영화 포스터
윤 감독은 단편영화 ‘불꽃놀이’(2014) 통해서도 남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던 바.
“가족은 ‘칫솔’ 같다. 제가 본가에 내려가면 아빠 칫솔을 우연찮게 보게 되는데 해져있으면 왠지 안쓰럽다. 칫솔은 양치질 할 때만 문득 보는 물건인데, 평소에 신경을 안 쓰고 있다가 눈에 들면 마음에 돌 같이 남는 존재다. 가족도 그런 거 같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결함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지 않나. 저는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남매의 여름밤’을 만들 때 저는 가족이라는 게 한 사람의 삶을 조각으로 나눠서 함께 지고 가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 감독은 2018년 ‘남매의 여름밤’의 촬영을 마쳐 2019년 독립영화제에 출품했고 지난해 8월 극장에서 선보였다.
“부산에서 사랑을 받아서 작년에 개봉까지 했다. 근데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느낌은 크게 오지 않는다. 물론 상은 많이 받아서 감사하지만, 사실 ‘남매의 여름밤’이 독립영화고 개봉할 때도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래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다. 다음 작품은 10대의 첫사랑 얘기인데 지금 트리트먼트를 쓰고 있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고 묻자, “이번에는 10대 이야기라. 하지만 언젠가는 김태리, 정유미 배우와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두 배우는 카메라만 갖다 대도 빛이 난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봐도 서사가 궁금한 얼굴이다. 화면 장악력이 강하고 자신만의 연기톤을 갖고 있어서 이분들과 작업하면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대답했다.
윤단비 감독은 “저는 주기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 직업 감독 말이다. 3년에 한 번씩 신작을 내놓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무엇보다 고루한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옳다고 느끼는 것에 갇히고 싶지 않다. 정체되지 않도록 늘 각성하며 살아야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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