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연민-슬픔-사랑, 디테일한 감성 연기의 진수!”
배우 전도연이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아련한 고백에 이어 자기 각성을 통해 조금씩 깨닫게 된 참회를 드러내며 60분을 뭉클한 공감으로 채웠다.
전도연은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 박홍수, 극본 김지혜)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지난 9일 방송된 ‘인간실격’ 11회에서 전도연은 강재(류준열)에게 느낀 설렘과 떨림부터 호감으로 이어지는, 세차게 흔들리는 내면의 이부정을 흡입력 있게 표현해냈다.

극중 구조대상자로 신고 돼 파출소에 가게 된 부정(전도연)은 결국 강재에게 신원확인을 위한 지인 대행을 요청했고, 답변 없던 강재는 조금 뒤 파출소 안으로 걸어들어 왔다. 부정은 그렇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강재를 시간이 멈춘 듯 한참 바라봤다. 경찰은 신변을 인계 받았다는 서신에 사인을 하는 강재에게 “전에도 같은 저수지에서 비슷한 일로 접수된 적 있었던 건 알고 계세요?”라고 물었고, 강재는 “알고 있습니다. 일 년 전쯤에 다른 사람들하고 유서도 써 놓고 그랬었는데...”라고 답해 부정을 놀라게 했다.
이어 경찰서에서 나온 부정과 강재는 택시가 잡히지 않자 늦게까지 하는 두근역에 있는 식당으로 갔지만 문이 닫혔고, 부정이 보이지 않음을 깨달은 강재는 걱정하며 찾아 나섰다. 핸드폰을 보고 있던 부정을 발견한 강재는 부정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기차가 다니지 않는 선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부정은 강재에게 오늘 일에 대해 얼마를 지불하면 되는지를 물어보며 “왜 이 먼데까지 와줬을까. 내 번호도 지웠던데... 혹시 내가 걱정돼서 왔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강재에게 “나랑 비슷한 사람이구나. 잘 모르겠지만. 그러다가 잘 해주고 싶었어요”라고 강재에게 관심이 생긴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자 강재는 집 말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며 묻고는 “산에 갔다가 바다 갔다가 그리고 집으로 갈까요”라면서 아버지 장례식을 치른 날의 일정 그대로 천문대로 향했다. 그리고 부정은 강재와 천문대 쪽 산길을 걸어 올라가며 강재로부터 어머니와 같이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왔던, 추억들을 듣게 됐다.
이윽고 천문대에 도착한 두 사람은 넓게 트인 까만 밤하늘에 수놓아진 엄청난 별들을 보면서 감탄을 터트려냈다.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에, 아버지 유골함을 들고 왔던 눈 오는 날의 기억에 강재는 눈시울을 붉혔고 부정은 촉촉한 눈길로 강재를 바라봤다.
하지만 쌀쌀한 추위로 인해 두 사람이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자, 지나가다 만났던 하이킹 팀원 중 하나가 담요와 남는 텐트를 빌려줬던 터. 조그만 텐트 안에서 두 사람은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이내 부정은 강재에게 등을 돌리고 누운 채 과거 저수지에서 신고 됐던 경험을 꺼냈다. 그리고는 “살면서 제일 후회하는 몇 가지 일 중에 하나거든요. 왜 마음이 허하냐고 그랬잖아요. 난 아무것도 못 됐거든요”라고 후회했다.
이어 “욕심 없는 척 겸손한 척 그러면서 나쁜 짓도 많이 했어요. 다 되고 싶고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었어요”라며 “뭐라도 되고 싶었나 봐요. 근데 잘 안 됐어요”라는 인생에 대한 회한을 털어놨다. 하지만 너무 창피해서 다 끝내고 싶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보고 싶다며 강재를 만난 후 달라져 버린 마음을 털어놨다.
결국 강재도 부정 옆에 누워버렸고, 두 사람은 좁은 텐트 안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따가 바다에 갈 수 있겠냐는 강재의 질문에 부정이 모르겠다고 답하자 왠지 모를 침묵이 이어졌고, 그 때 갑자기 눈을 감고 있는 강재 쪽을 돌아보던 부정은 “얼굴 한 번 만 만져 봐도 돼요?”라는 가슴 떨리는 주문을 던졌다. 깜짝 놀라 눈을 뜬 강재가 밀착한 듯 가까워진 부정과 시선을 마주하면서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이와 관련 전도연은 강재로 인해 180도 달라진, 그간의 상실감에서 인간의 감정을 다시 되찾은 듯 한 부정의 단계별 감정 변화를 탁월하게 완성했다. 무덤덤하게, 무감각하게 지내던 부정의 감정들이 살아 움직이게 된 순간들을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표현, 안방극장을 매료시킨 것.
이에 시청자들은 “전도연이 툭 내뱉은 얼굴 한 번 만져봐도 돼요...가 이토록 애절하게 들리다니...” “좀 이상한 게....분명 너무 설레고 막 떨렸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정도로 슬펐어요. 왜 일까요” “그렇게 격렬한 애정씬도 아닌데 심장이 아주 콩닥콩닥 뛰어서 부정맥인줄! 나를 설레게 만드는 여자 전도연”, “명품 배우의 명품 드라마. 전도연이 선보인 순간순간의 위로들이 마치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안겨준 것 같습니다” 등 소감을 쏟아냈다.
한편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은 매주 토, 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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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인간실격’ 방송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