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번타자 최초로 단일 시즌 100볼넷을 돌파한 정은원(21)이 내친김에 한화 구단 첫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바라보고 있다.
정은원은 지난 10일 대전 KIA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1회 첫 타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이 볼넷으로 정은원은 올 시즌 가장 먼저 100볼넷 고지를 밟았다. 40년째를 맞이한 KBO리그 역대 17번째 기록. 선수 숫자로는 정은원이 13번째다.
1번타자 최초 100볼넷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100볼넷을 돌파한 장종훈, 김기태, 양준혁, 이승엽, 심정수, 김태균, 최준석, 김현수, 트레이시 샌더스, 펠릭스 호세, 클리프 브룸바, 에릭 테임즈 등 12명의 선수들은 모두 거포형 타자들로 3~5번 중심 타순이었다.

큰 것 한 방이 있는 장타자들에게 투수들은 쉽게 승부를 들어가지 못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고의4구로 피해가기도 한다. 홈런 5개에 고의4구가 1개인 정은원 같은 교타자들이 100볼넷을 얻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종전 KBO리그 1번타자 최다 볼넷은 2001년 LG 류지현의 96개. 정은원이 20년 만에 이를 뛰어넘었다.
현대 야구에서 출루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볼넷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잘 치는 것뿐만 아니라 공을 잘 보는 것도 타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3할 타율이 안 되는 정은원이 시즌 내내 주목을 받는 것도 출루율의 시대를 잘 만난 덕분이다.
올 시즌 131경기에서 정은원은 467타수 131안타로 타율 2할8푼1리를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 타자 55명 중 27위로 평균 수준인 정은원이지만 101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은 4할6리에 달한다. 리그 전체 6위. 타석당 투구수 1위(4.48개)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도루도 19개로 적극적인 주루까지 펼치고 있다.

데뷔 첫 골든글러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WAR 수치가 4.12로 2루수 중 가장 높다. 안치홍(롯데)이 3.55로 정은원을 뒤쫓고 있다. 안치홍은 올해 105경기 타율 3할1푼2리 9홈런 76타점으로 클래식 성적에서 정은원을 앞서지만 요즘 투표권자들은 세이버 기록도 많이 참조한다. 조정 득점 생산력을 뜻하는 wRC+ 수치도 정은원(127)이 안치홍(123.9)을 앞선다.
눈에 보이는 클래식 성적에서 밀리는 정은원으로선 남은 시즌 조금 더 분발이 필요하긴 하다. 10월 9경기 타율 2할4푼2리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기술보다 멘탈 문제다. 코치들이 도와주는 것보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며 "시간이 지나 커리어가 쌓이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지금은 조금 안 좋지만 시즌 타율 2할8푼 정도에 출루율이 좋다. 가진 재능이나 지금까지 팀 기여도가 높다. 남은 시즌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려 스스로 극복하는 경험을 하고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약 정은원이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면 한화도 구단 최초 2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갖게 된다. 2013년 정근우가 한화 소속으로 2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바 있지만 FA 이적 직후 소속팀이 바뀐 케이스. 그해 정근우의 성적은 SK(현 SSG)에서 거둔 것이었다. 순수 한화 소속으로 따낸 2루수 골든글러브는 아직 없다. 정은원을 향한 기대가 더욱 각별한 이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