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선두 KT 위즈를 2.5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시즌 막판 우승 경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LG는 9월 하순까지 KT에 5~6경기 차이로 뒤져 있었으나 4~5선발 자리에서 추격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찬헌의 트레이드(8월), 수아레즈의 부상(9월)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했으나, 9월말부터 4~5선발이 등판한 경기에서 7승1무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수아레즈가 8월31일 롯데전에서 등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9월 LG 선발 로테이션은 켈리-이민호-임찬규에 이어 4~5선발 자리에 김윤식, 손주영, 이상영 등 20대 신예들이 나섰다. 그러나 연이어 부진하자, 9월 중순부터 선발 경험이 있는 배재준, 이우찬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배재준과 이우찬도 첫 경기에선 나란히 패전 투수가 되며 실패했다.

이후 류지현 감독의 마운드 전략 수정과 빠른 투수 교체 그리고 4~5선발 자리의 투수들이 제 몫을 하면서 최근 대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9월 22일 한화전, 선발 배재준은 5-0으로 앞선 3회 1아웃에서 빠르게 교체됐다. 필승조 이정용을 조기 투입하고 불펜 5명으로 리드를 지켰다. 24일 삼성전, 선발 이우찬은 2⅓이닝 3실점(1자책)으로 물러나고, 4-3 리드 상황에서 불펜이 투입됐다. 롱릴리프 김윤식에 이어 필승조 4명이 차례로 등판해 승리했다.
28일 롯데전, 배재준은 3⅔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고, 2-1로 앞선 4회 2사 1,2루에서 김윤식이 등판해 위기를 넘겼다. 30일 두산전, 이우찬은 2⅔이닝 2실점에서 교체됐다. 3-2에서 동점까지 가기 전에 불펜을 투입, 8명의 불펜이 이닝을 나눠 맡았다.
4~5선발에게 승리 요건을 챙겨주지 않고, 빠른 타이밍에 롱릴리프, 필승조를 투입하는 전략이다. 4~5선발은 경기를 초반 만들어주는 임무만 수행해도 됐다.

10월 3일 키움전, 손주영이 임시 선발로 나섰다. 2이닝 2실점으로 교체됐다. 2회 2사 1루에서 볼넷과 연속 안타를 맞으며 2점을 허용했다. 1-2로 뒤진 3회부터 불펜진을 투입해 5회 3-2로 역전했다. 5명의 불펜이 리드를 지켰는데, 9회말 마무리 고우석이 동점 홈런을 맞으면서 무승부로 끝났다.
6일 SSG와 더블헤더 1차전에 이우찬이 선발로 나서고, 1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2회 사사구 3개로 2사 만루에 몰리자 빠르게 교체했다. 등 부상으로 9월 한 달을 쉰 수아레즈가 복귀해 첫 등판은 불펜으로 나섰다. 4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팀 타선이 역전시키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7일 KIA전에선 배재준이 7⅓이닝 동안 97구를 던지며 1실점 깜짝 피칭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긴 이닝을 소화하며 4~5선발 경기마다 대거 투입됐던 불펜진에 휴식도 줬다. 9일 KT전, 3년차 좌완 임준형이 데뷔 첫 선발로 등판해 3⅔이닝 1실점으로 KT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2-1로 앞선 4회 2사 1,3루에서 교체돼 승리투수는 불발됐으나, 6-1로 승리한 후 류지현 감독은 임준형을 크게 칭찬했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임준형의 선발진 합류가 앞으로 남은 20경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투수코치들과 투수진의 호흡, 타격코치와 데이터분석팀, 타자들과의 조화로운 호흡이 완성도 높은 승리를 만들어냈다”고 흡족해했다.
LG는 9월, 중순까지 4~5선발이 등판한 7경기에서 1무6패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삼성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고, 4위 두산의 맹추격 가시권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4~5선발 경기에서 7승1무의 충격적인 대반전을 만들어내며 1위 KT를 위협하고 있다. 선수단 전체의 유기적인 조화가 빛나고 있다.
경헌호 투수코치의 계획대로 불펜진의 효과적인 계투, 팀 타선은 적절한 점수를 뽑고 대량 득점으로 터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4~5선발로 나서는 투수들이 승리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도 1이닝, 한 타자를 전력으로 상대하며 팀 승리를 우선하는 희생을 보여주고 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