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 멤버로 대회 MVP로 뽑혔던 투수 성영훈을 비롯해 ‘유격수 빅4’ 오지환, 김상수, 허경민, 안치홍, 외야수로 박건우, 정수빈 등이 있었다.
KT 마무리 투수인 김재윤도 대표팀 우승 멤버였다. 당시에는 '포수'로 결승전까지 뛰었다. 김재윤은 고교 졸업 후 동기들과 다른, 힘든 길을 걸었다.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김재윤은 대학 진학을 하려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 미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도전은 쉽지 않았다.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뛰다가 2012시즌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김재윤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2015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신생팀 KT가 김재윤을 지명했고, 이후 구단은 김재윤에게 포수가 아닌 투수를 권유해 야구 인생이 다시 달라졌다. 과거 황두성, 메이저리그 켄리 잰슨처럼 어깨가 좋은 포수에서 투수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 귀국한 뒤 2년간 실전 공백이 있었음에도 김재윤은 투수로 빠르게 적응하며 성장했다. 2015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한 달 동안 11경기(16⅔이닝)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한 뒤 5월 중순 1군에 콜업됐다. 1군 데뷔전에서 최고 150km 직구를 뿌리며 1이닝 3타자 KKK로 성공적인 투수 신고식을 치렀다.
불펜 투수로 점차 자리를 잡아간 김재윤은 2016년 마무리를 맡아 8승 1패 1홀드 14세이브, KT 마무리 투수로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2017~18시즌에는 2년 연속 15세이브, 2019시즌에는 어깨 부상으로 3개월 가량 이탈하면서 이대은이 마무리로 활약했다. 지난해 다시 마무리를 맡아 KT 투수로는 첫 20세이브를 넘어섰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LG전. 김재윤은 4-2로 앞선 9회 등판해 문보경, 이영빈을 상대로 직구만 10개 던져 연거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홍창기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현수를 초구 포크볼로 2루수 땅볼로 경기를 끝냈다. 시즌 30세이브. 1위 KT는 2위 LG를 3.5경기 차이로 밀어냈다.
김재윤은 지난 9월 23일 한화전에서 개인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11일 LG전에서는 시즌 30세이브 고지도 달성했다. 김재윤은 “30세이브는 마무리 투수의 지표라고 생각해 꼭 이루고 싶었다”고 기뻐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방황을 마치고 귀국한 지 10년이 됐다. KT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고, 투수로서 제2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김재윤은 ‘투수를 시작할 때 통산 100세이브, 시즌 30세이브를 생각했었나’는 질문에 “전혀 생각 못 했다. 긴 이닝은 못 던질거라 생각하고, 중간 투수로 던져보자 했다. 그러면서 마무리 투수의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지금의 마무리 김재윤이 이룬 기록에 스스로 감격해도 될 자격이 있다. 김재윤은 올 시즌 목표로 잡았던 시즌 30세이브와 통산 100세이브를 이뤘다. '부상없이 풀타임 시즌을 뛰겠다'는 계획도 이제 20여일 남았다.
30세이브 투수가 됐지만, 아직 만족하진 못한다. 김재윤은 "삼자범퇴로 끝내는 것이 잘 안 된다. 오늘도 볼넷 1개를 내줘서 감독님이 불안했을 것이다.(웃음) 아직 부족하고 미흡하다"며 "주자를 내보내는데 실점이 적어 신기하다. 운도 많이 따라 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자 출루가 많은 편인데, 최근 점점 나아져서 WHIP(이닝당 출루허용)을 1.34로 많이 낮췄다. 개인 목표를 거의 다 이룬 김재윤에게 남은 것은 KT가 1위로 정규 시즌을 마치는 것.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를 하고 싶다"는 말로 우승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