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 대결로 관심을 모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경기는 6회 희비가 엇갈렸다. 선두 KT는 LG를 꺾고 3.5경기 차이로 달아나며 안도했다. 승리했다면 1.5경기 차이로 좁힐 수 있었던 2위 LG는 느슨한 불펜 운영으로 기회를 놓쳤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3.68), KT는 2위(3.70)이다. 불펜 평균자책점도 LG가 3.43으로 1위, KT는 3.76으로 2위다. 투수력은 리그에서 최상위다.
5회까지 2-2 팽팽한 접전이었다. 6회 LG는 선발 이민호(3이닝 2실점), 좌완 최성훈(2이닝)에 이어 좌완 함덕주를 올렸다.

함덕주는 9월 21일이 가장 최근 등판이었고, 9월 27일 주사 치료를 받고 2주를 쉬었다. 20일 만에 실전에 등판하는 투수를 중요한 승부처에 투입했다.
류지현 감독에게 10일 ‘6-1로 리드한 9일 KT전 9회에 함덕주를 등판시킬 생각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지난 주중에 류 감독은 주말부터 함덕주를 등판 대기시킨다고 언급했기에) 5점 차라면 큰 부담없을 상황. 함덕주가 주자를 내보내면 다른 투수를 투입할 수도 있었다.
류 감독은 "중요한 경기라 계속 등판했던 투수가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함덕주는 오래 쉬어서 편한 상황에서 첫 등판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뒤에는 2-2 동점 상황에서 함덕주를 기용했다. 편한 상황이란 말인가. 함덕주는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 3루에서 교체됐다. 좌타자가 나오면서 좌완 김대유가 등판했다.
결과적으로 김대유가 볼넷, 볼넷,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스코어는 2-4가 됐고, 결국 LG는 패배했다. 김대유가 제구 난조와 적시타 허용이 결정적이었지만, 함덕주가 6회 등판해 볼넷을 내준 것이 빌미가 됐다.
LG는 불펜에 다른 투수들도 양적, 질적으로 많다. 6~9회 4이닝을 실점없이 막고 타선이 1점이라도 뽑아 역전하면 지킬 힘이 있다. 그런데 LG 벤치는 1~2위 중요한 맞대결 동점 상황을 함덕주의 복귀전 무대로 삼았다. 아직 20경기가 남아 있어 여유가 있는 것일까. 3타자 상대로 2아웃 1볼넷을 기록한 함덕주의 복귀전 피칭 내용이 팀 패배에도 위안이 될까.

반면 1위 KT는 내일이 없는 총력전으로 나섰다. 4-2로 앞선 6회말 선발 데스파이네는 2사 2루에서 대타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투구수는 114개였다. 한계에 다다랐다. 다음은 신인 이영빈 타석.
이강철 감독은 셋업맨 주권을 필승조 중에서 가장 먼저 등판시켰다. 2점을 앞서 있지만, 안타를 맞으면 1점 차에 1~3번 상위타순으로 연결되기에 승부처였다. 주권은 주무기 체인지업만 3개를 연거푸 던져 타이밍을 흔들었고, 좌익수 뜬공으로 위기를 넘겼다.
7회 주권에 이어 좌완 조현우가 투입됐다. 주권이 좌타자 피안타율 .265, 우타자 피안타율 .241로 큰 차이는 없었다. 투구수도 3개에 불과했지만, 다음 이닝에 다시 올리지 않았다. 멀티 이닝을 자제시켰다. 조현우는 좌타자 홍창기-김현수-서건창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벤치 작전을 100% 수행했다.
8회 이대은이 올라와 2아웃을 잡고서 김민성을 사구로 출루시켰다. 이재원 상대로 이대은의 주무기 포크볼이 1~2구 연속 볼이 되자, 카운트 도중 투수가 교체됐다. 펀치력이 있는 이재원의 홈런 한 방이면 동점도 가능한 상황. 이대은이 내려가고 박시영이 올라와 초구 슬라이더로 3루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다.
9회 마무리 김재윤 투입은 당연한 수순. 깔끔한 불펜 계투, 필승조 5명이 모두 투입됐다. 리드한 상황에서 필승조를 줄줄이 투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등판 순서나 교체 타이밍 그리고 불펜 운영에서 KT는 더 공격적이고 과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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