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모’, 잔혹동화 같은 현실 속 동화같은 사랑이야기 기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10.13 14: 04

[OSEN=김재동 객원기자]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다. 어떤 일은 제 일임에도 저 혼자서 결정할 수가 없다. 더러는 탄생부터 성장까지 제 뜻 하나 없이 살아가는 인생도 있다.
KBS 2TV가 11일 방영을 시작한 월화드라마 ‘연모’(한희정 극본, 송현욱·이현석 연출)의 주인공 담이(동시에 이휘)가 그렇다.
세자빈(한채아 분)의 배를 빌어 태어난 이휘와 담이는 남녀 쌍생아다. 달이 품에 들어 맑은 진주 두 알로 나뉘어진 태몽처럼 축복받아 마땅하지만 태어난 곳이 왕실이다.

쌍생을 불길하게 받아들인 왕(남경읍 분)은 여아의 살해를 지시했고 공신의 권력을 놓고 싶지 않은 외조부 한기재(윤제문 분) 역시 이에 동조한다. 아버지와 장인의 강압에 친부인 세자(이필모 분)는 등 떠밀려 동의하고 세자빈만이 여아를 지키기 위해 산후사망을 가장하고 내금위장 윤형설(김재철 분)을 통해 궐밖으로 빼돌린다. 절에 맡겨진 담이(아역 최명빈 분)는 절이 소실된 후 궁으로 들어오게 되고 쌍둥이 오빠인 세손 이휘(최명빈 분)의 눈에 띄어 세손의 궐 밖 행차시 그 대역을 하게 된다.
역적으로 처형당하게 된 스승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궁녀인 담이로 위장, 궐 밖을 나섰던 이휘는 한기재의 심복인 정석조(배수빈 분)의 손에 살해당하고 정석조는 담이를 수소문하던 궁녀 동기 이월이 마저 살해한다.
담이는 살기 위해, 그리고 세자빈을 포함한 연루된 이들을 살리기 위해 이휘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출생도 기구한데 여자 몸으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가야 되다니..
세자 이휘(박은빈)의 기구함은 끝나지 않았다. 담이 시절 어린 나이에 만나 마음에 품은 정지운(로운 분/아역 고우림)을 다시 만났다. 아무리 힘이 좋아도 막지 못하는 것이 사람 마음인데 정지운은 세자로, 왕으로 살아가야 할 이휘의 삶에 크나 큰 암초이자 위안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게다가 그는 오라비 이휘의 원수이자 동기 이월의 원수인 정석조의 아들 아닌가. 참으로 사납고 서러운 인연이다.
앞으로 지운이 시강원 서연관으로 세자 이휘의 스승이 된다하니 연모의 정을 포기할 기미 없는 둘 사이에 애틋함이 커지는 만큼 드라마가 예비하고 있는 별리(別離)의 아픔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휘의 손에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不’ ‘戀’으로 보여졌던 주사위가 정지운의 손에서 ‘사랑을 기대한다’는 의미를 상징하듯 ‘期’ ‘戀’으로 보여진 것도 제법 의미심장해 보인다.
남장여자 이휘의 역을 맡은 박은빈은 마치 영화 ‘동방불패’의 임청하를 연상시키는 중성적 매력을 무리없이 발산했다.
드라마 ‘연모’는 이소영 작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미술은 원작인 만화처럼 아름답고 몽환적이다. 하지만 싸이코패스 같은 한기재와 정석조 등으로 인해 내용은 더없이 잔인한 ‘잔혹동화’다.
동화같은 화면속에서 동화같은 주인공들이 ‘잔혹동화’같은 드라마속 현실을 깨쳐내고 동화같은 사랑을 어찌 이루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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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모'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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