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예술혼으로 소통하다, 기아 크리에이터 4년차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1.10.13 16: 01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고, 글로벌 시장 체인에서 대량판매되는 자동차가 ‘예술’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객체로서의 ‘차’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예술혼을 담을 수 있다. 예술혼이 담기는 그릇은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디테일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철학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예술혼’이 담겨 완성된 자동차라면? 거꾸로 자동차에서 예술혼을 뽑아내는 작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플라스틱을 열 분해해 다시 원유를 뽑아내는 세상이 아니던가? 
이런 역발상이 가득한 전시회가 있었다. 

‘기아 크리에이터 4기 최종전시회’가 12, 13일 양일간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 애비뉴 아트스탠드’에서 열렸다. 
이 전시회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여느 전시회와는 다르게 ‘최종심사’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아 크리에이터’는 기아가 젊은이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4년전에 만든 대학생 대상 이벤트다. 이미 1~3기가 활동을 마쳤는데, 이번 4기에는 특별히 ‘예술’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그 동안의 크리에이터 활동이 ‘마케팅’에 맞춰졌다면 이번 4기는 ‘예술혼’에 초점이 가 있다. 결과적으로 MZ세대와 함께 엮어 나가는 ‘예술마케팅’이 된 셈이다.
참가 대학생들도 대부분 예술계 전공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7월 발대식을 시작으로 4개월간 기아의 멘토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아’에서 ‘예술혼’을 찾아내는 일에 몰두했다. 그들과 연이 닿은 영감을 바탕으로 생기 넘치는 10개의 작품이 탄생했다.
‘최종전시회’는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들이 찾아낸 ‘예술혼’에 공감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최첨단을 달리는 오늘날의 자동차가 하루 아침에 뚝딱 내던져진 것이 아니듯이 그들이 녹여낸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었다.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환경의식도 있었고, 빛과 소리를 시각적으로 연결시키는 시도도 있었다. 기계와 인간의 연결고리를 춤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미래를 향해 뻗어가려는 마음을 누에고치에 빗대 형상화하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시도의 뿌리는 기아의 미래 전략 ‘플랜S’다.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떼 버릴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예측불가의 미래를 바탕부터 다시 그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과단성이다. 덕분에 한결 뚜렷해진 철학은 크리에이터 4기의 최종전시회에 ‘New Era, New Movement’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팀 뇌구조(이규림 강주석 최수현 최준영)는 텅빈 공간에 자리잡은 3개의 원형 레이어로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기술’, 그리고 미래의 ‘친환경 모빌리티’를 엮어냈다. 미래 모빌리티는 거울이 비춘 세상이 심연으로 빠져드는 듯 ‘레이어드 미러’로 제작됐다. 몽상적인 거울 속 세상은 자연과 모빌리티의 공존의 의미를 웅변했다. 
팀 Kiappear(최동준 백나은 손정원 이나영)는 예술적 감성으로 디자인된 9개의 스피커로 오너와 K9의 소통을 승화했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9개의 소리와 빛은 충직한 환영(welcome)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팀 이야기꾼들(이재헌 성해인 이유민 이재인)은 삼라만상을 표현하는 일월오봉도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시공간의 경험을 표현했다. 천장에서부터 거꾸로 내려오는 ‘다섯 산봉우리’(오봉)는 기존의 공간경험을 뒤집는, 새로움을 의미한다.
팀 Garage Band(신원상 김지홍 유지원 육찬)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사람 크기의 ‘고치’로 형상화했다. 변태가 이뤄지기 전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로(0) 형태의 고치와 바람, 역동적인 빛으로 표현했다.
팀 Kialog(정강 박진영 서민정 석지아)는 무한한 공간을 향해 성장하는 모습을 전시장 천장으로 피어오르는 천조각들로 그려냈다. 정작 의류 전공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천 오브제를 한땀한땀 중첩되게 작업해 고된 성장의 과정을 담아냈다.
팀 Time(이서원 김민정 최수정 한도현)은 비틀즈의 주옥 같은 명곡이 담긴 애니메이션, 노란잠수함(Yellow Submarine)에서 영감을 얻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모험여행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틱한 모험과 같아, 위험을 무릅쓰고 목적지로 나아갈 때 비로소 원했던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팀 Kross-Hatch(정규채 배준일 정수현 추아영)는 기아가 전기차 시대에 선보이는 ‘청정에너지와 재활용 소재’를 설치 예술로 표현했다. 화석연료에서 시작했지만 친환경 전기를 거치며 비로소 초록빛 미래를 맞는 과정이 시각적으로 드러나 있다.
팀 반딧불이(김경진 김성준 이상준 정제신)는 소리를 빛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검정 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체험자가 북을 울리면 공간을 휘젓는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빛의 율동으로 잡아내는 시도가 신선하다.
팀 Born to A(김정윤 박경빈 박수민 임로운)는 기계와 사람, 그리고 동물의 조화를 춤으로 표현해냈다. 점차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에서 과연 종(species)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한다.
팀 EV10(류혜원 김윤집 이예주)은 기아의 디자인 모티브인 공기(Air), 땅(Land), 대양(Ocean)을 9개의 소작품으로 구성했다. 공기와 땅, 대양은 때로는 구상(具象)으로, 때로는 추상(抽象)으로 표현되지만 각 작품들은 기아의 철학이라는 일관된 결을 지니고 있었다. 
2021년의 기아는 대전환의 해를 맞고 있다. 팬덤(Fandom)이 없는 브랜드는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다. 팬덤은 철학에서 만들어지고, 서정에서 서사를 찾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철학은 형상화된다.
MZ세대와 ‘예술’로 소통하려는 기아의 몸짓에서 철학이 보이기 시작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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