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함덕주 이후 3년만에 20세이브 투수를 배출했다. 고질적인 마무리 고민을 종결시킨 주인공. 바로 늦깎이 파이어볼러 김강률(33)이다.
김강률은 지난 13일 잠실 KT전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5-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배정대를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경수를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린 뒤 대타 김준태를 2루수 땅볼,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처리하며 데뷔 첫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007 두산 2차 4라운드 26순위 지명을 받은 김강률은 사실 이승진, 홍건희, 이영하가 등장하기 전 김태형 감독이 가장 믿고 쓰는 계투 자원이었다. 강속구투수 기근에 시달린 두산의 유일한 파이어볼러이기도 했다. 70경기 7승 2패 7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남긴 2017년이 김태형 감독 부임 후 최대 전성기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부상이었다. 항상 구위가 올라오고 제구가 잡힐만하면 아킬레스건 또는 햄스트링을 다쳐 장기 재활을 진행해야 했다. 그 결과 2019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지난 시즌에도 6월 뒤늦게 1군에 합류해 30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김강률은 올해 스프링캠프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구위를 선보였다. 김태형 감독이 그의 캠프 첫 투구를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이는 곧 마무리 낙점으로 이어졌다.

김강률은 올 시즌 43경기 2승 20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23의 호투로 감독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6월 햄스트링 미세 손상으로 잠시 공백기를 갖기도 했지만 후반기 20경기 1승 9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71의 완벽투로 팀의 가을 대반격에 상당한 힘을 보탰다.
사령탑은 김강률의 구위가 현재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태형 감독은 “12일 공이 올해 들어 제일 좋았다”며 “주자를 내보내긴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깔끔하게 정리를 한다. 아직 제구력이 완벽하지 않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며 확률을 높인다. 요즘 보면 마무리투수들이 완벽하게 뒤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김강률은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힘 있는 공이 그만의 무기”라고 칭찬했다.
사실 두산은 2018년 27세이브를 올린 함덕주 이후 2년 연속 마무리 고민에 시달렸다. 2019년 양의지의 보상선수 이형범이 혜성처럼 등장해 19세이브를 올렸지만 힘보다는 제구력에 의존한 마무리투수였고, 지난해에는 팀 내 최다 세이브가 10세이브의 함덕주였다. 중간에 이영하가 마무리로 변신했으나 효과는 미비했다. 그런 가운데 김강률이 20세이브로 그 고민을 말끔히 지워냈다.
김강률은 20세이브 달성 후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며 “지금 매 경기 중요한 시기인데 내용이 좋지 않아 만족하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남은 경기 다치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backlight@osen.co.kr